한국 문화의 선진화·세계화를 위해선 ‘법고창신’의 정신을 가지고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상생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통문화는 서양문화에 비교하면 입지가 좁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살아 있는 문화재들이 있다. 바로 형태로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인 소산인 무형문화재들이다. 무형문화재는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기타 등 문화재 전반을 말한다.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이를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들이 전통문화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이며, 현대문화와 어떻게 상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 선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청아한 소리를 내는 가야금을 만드는 데 10년 이상이 걸립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고흥곤 선생의 손끝에서 가야금이 제소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은은한 가야금 소리, 절로 몸과 마음이 취해들 정도였다.

고 선생이 가야금을 처음 접한 건 20살 때다. 숙명인 듯, 그의 옆집에는 그의 스승이 살았다.

“선생님에게 하나씩 악기 제작을 배웠습니다. 2년이 지났을 때, 악기장에 대한 자부심이 점점 더 커졌어요.”

그의 손에서 탄생되는 현악기 종류는 다양하다. 가야금, 거문고, 해금, 아쟁은 물론, 비파 등 제례악에 사용되는 악기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 그렇게 탄생되는 악기들은 무대에서 아름다운 선율로 빛을 발하고 있다.

“기존에는 안방에서 취미로 가야금을 켰죠. 하지만 서울대 국악과가 생긴 후 전공자가 늘어났습니다. 그때부터 전통악기도 무대에 서기 시작합니다.”

직접 손으로 만든 악기의 선율이 관객에게 전해질 때, 그는 악기장으로서 벅찬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악기를 제작하는 데는 재료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좋은 악기의 생명은 나무입니다. 제재소에서 구하는 나무를 쓰면 악기를 쉽게 만들지만, 좋은 소리는 나지 않습니다. 산속에 자라는 30~50년된 오동나무가 최고의 재료입니다. 나무를 찾으려고 상인에게 수소문도 합니다.”

‘최상급 나무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한걸음에 나무를 확인하러 가기도 했다.

나무를 구해도, 그게 끝이 아니다. 삭히는 과정이 필요했다. “10년간 나무에 비와 눈을 맞혀서 삭혀야 맑은소리가 납니다. 그 과정에서 나무의 절반 이상은 사용하지 못하죠. 나무가 뒤틀어지고 갈라지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악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렇게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합니다.”

현대와 접목해 전통을 이어가는 일은 그에게 과제로 남아있었다. “12현뿐 아니라 18현, 25현 가야금, 고음가야금, 저음가야금 등 많은 종류의 가야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에 맞추면서 전통을 살리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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