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화의 선진화·세계화를 위해선 ‘법고창신’의 정신을 가지고 전통문화와 현대문화가 상생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전통문화는 서양문화에 비교하면 입지가 좁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전통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자리를 지키는 살아 있는 문화재들이 있다. 바로 형태로 헤아릴 수 없는 문화적인 소산인 무형문화재들이다. 무형문화재는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기타 등 문화재 전반을 말한다. 형태가 없는 기능 또는 예능이기 때문에 나라에서는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이를 보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들이 전통문화를 지키는 이유는 무엇이며, 현대문화와 어떻게 상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들어본다.

 

▲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죽향 이생강 선생. ⓒ천지일보(뉴스천지)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죽향 이생강 선생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로 당대 최고의 대금 연주가인 죽향(竹鄕) 이생강 선생. 그는 5살에 처음 든 단소로 시작해 대금, 피리, 태평소, 소금, 퉁소 등 모든 관악기에 뛰어난 연주력을 가진 우리 시대의 악성이다.

그는 1937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아버지에게 단소를 배웠다. 이 선생의 가족은 1945년 해방 이후 부산으로 귀국했다. 짓궂은 동네 아이들은 한국말이 서툰 어린 이 선생을 가만두지 않았다. 친구가 없던 그는 악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건어물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전라도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전주역 앞에서 한주환 선생을 만났다. 당시 많은 예술가가 피난을 온 참이었다. 만남이 인연이 된 그는 대금으로 시작해 퉁소, 피리, 태평소 등을 23명의 스승에게 배웠다.

선조의 얼과 한이 함축돼 살아 숨 쉬는 대금연주는 자연의 소리이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한다. 대금연주야말로 한국을 그대로 표현하는 악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국 악기보다 서양악기를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 선생은 연주인생 70년 동안 연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퓨전 음악을 시도했다.

이 선생은 “전통 악기를 바탕으로 신시사이저로 화음을 깔고 대금으로 선율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종묘제례악 같은 궁중음악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즐기던 지역 음악도 발전돼야 한다. 8도 방언이 다 다르듯 8도 음악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 선생은 문화재로 인정받아 문화를 이어가는 예술가 중에서 그나마 운이 좋은 케이스다.

그는 “후손들에게 남기기 위한 선조들의 훌륭한 예술문화유산을 이어받으면서 계승 발전하려면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우리 세대의 예술가들은 의식주 해결조차 어렵다. 기본적인 생활이 안 되니까 점점 손을 놓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기교육을 위해 국가가 뒷받침해줘야 한다. 입법과 사법, 행정 연수원은 있는데 문화재를 위한 연수원은 없다”며 “개인적으로 하려면 많은 돈이 드니까 나라에서 연수원을 만들어 우리 전통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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