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가 창간 7주년을 맞았습니다. 본지가 쉴 틈 없이 뛰어온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언론계 역시 크게 변화했습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기사 유통과 소비 유형의 중심이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갔고, SNS의 발달로 네티즌 참여형 기사가 늘었습니다. 가상현실(VR), 360도 카메라 등 IT 기술 발달과 함께 실험적인 기사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이 언론을 둘러싼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신문과 방송 고유의 역할과 기능은 여전히 요구됩니다. 여러분은 언론이 어떤 소식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신문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본지 기자들은 여러분들의 생각을 듣고자 이 같은 질문들을 들고 시민 10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지난달 31일 천지일보에 게시판서 본지 기자가 100명의 시민들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포스트잇을 보고 있다. (사진: 박준성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1위 진실·사실에 입각한 기사
“사실만 보도하는 정직한 언론”
2위 편파성 없는 공정한 보도
“양쪽 입장, 대등한 비중으로”

[천지일보=이솜 기자] “제가 이 질문에 답을 한다고 뭐가 바뀔까요?” “물론 현실적으론 불가능하겠지만….”

천지일보 창간 7주년을 맞아 지난달 20일부터 일주일간 ‘당신이 원하는 언론’이라는 주제로 진행한 인터뷰에 응했던 많은 시민의 대답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서려 있었다.

소위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말이 사용될 정도로 최근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00명을 인터뷰하기 위해 300명 이상의 시민을 만나야 했던 이유도 ‘언론’에 대한 이야기 자체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것에 대한 반성과 책임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에 여전히 언론 고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

시민들이 가장 갈망하는 언론의 기능은 ‘진실’이었다. 100명 중 44명(중복답변, 18.92%)이 진실, 사실, 정확한 정보를 원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만난 강경민(24, 남)씨는 “진실만을 추구하며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드러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진호(53, 남)씨도 “사실과 진실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보도하는 정직한 언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중도, 편파적이지 않은, 공정성(22회, 9.46%)’이었다.

황석영(29, 여)씨는 “꼭 알아야 할 이슈와 논점을 편파적이지 않고 알기 쉽게 전달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정엽(45, 남, 서울시)씨는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양 당사자의 입장을 대등한 비중으로 실어줬으면 좋겠다”며 “신문사 역시 사람의 집단이고 그 사람들 역시 자신의 주관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일 수 없다. 다만 공평성을 위해서는 중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결론을 내기보다 대립 당사자의 의견을 대등한 비중으로 다뤄줘야 한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담, 서민들의 이야기, 희망차고 밝은 내용의 비중이 많아야 한다’는 답이 3위(21회, 9.03%)를 차지했다. 매일 일어나는 끔찍한 사건사고와 정치인들의 권력 다툼 등 자극적이고 우울한 내용의 기사들 대신 밝은 소식을 듣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김우진(34, 남)씨는 “독자에게 힘을 주는 유익한 정보나 훈훈한 이야기를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며 “삶이 힘들고 어려울 때 그런 소식을 보면 마음이 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예진(44, 여)씨는 “사는 것도 힘든데 포털사이트 등 온라인에 온통 죽고 죽이는 기사뿐이라 기사를 잘 보려고 하지 않는다. 비록 힘들지만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라는 희망을 주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내용과 관점(8.17%)’, ‘자극적이거나 낚시성 기사 지양(6.02%)’ 순으로 언급됐다.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만난 최재원(36, 남)씨는 “여론몰이와 대중의 관심만 자극하기 위해 억지 기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정애(60, 여)씨는 “자극적이거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기사만이 아닌 다양한 방면의 내용이 실리고 꼭 알아야할 내용이 포함된 신문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재미’ ‘전문성’ ‘대안제시’ ‘부정부패 고발’ ‘권력에 굴하지 않는’ ‘약자와 소수를 위한 언론’ 등의 답변이 나왔다.

지난달 20일부터 본지 편집국 기자들은 모두 인터뷰에 나섰다. 지인에서부터 거리로 나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나 ‘당신이 원하는 언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에 가던 길을 막고 던지는 질문이 귀찮을 법도 했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발전을 기대하며 성실히 답변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것은 오히려 기자들이었다.

100명의 시민들이 내놓은 답변은 새롭거나 특별한 내용은 아니었다. 언론의 기본적이고 당연한 사명을 다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7주년을 앞두고 ‘변화·혁신’을 외치던 본지 기자들 역시 인터뷰를 통한 시민들의 질책과 독려를 잊지 않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본지 사회부 강병용 기자는 “이번 취재를 위해 명동부터 혜화동, 시청, 노량진 등에서 시민 100명 이상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며 “가끔 결과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기사를 위한 기사를 썼던 것 같아 반성했다. 해주신 말씀들 잊지 않고 기자를 지원할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부 이민환 기자는 “국회의사당에서 만난 시민들은 언론들이 정치인 입장에서만 기사를 쓰고 삶에 와닿지 않다는 답변을 많이 주셨다”며 “항상 독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가장 궁금하고 필요한지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치는 생활과 밀접한데 그렇게 못 느끼게 기사를 썼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는 이를 염두에 두고 기사를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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