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는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19대 국회에 워낙 실망한 여론이 많았기에 20대 국회만큼은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16년 만에 양당체제를 붕괴시키고 3당 체제를 만들었으며,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 것도 그런 기대의 산물일 것이다. 그러나 20대 국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야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오만한 여당과 무능한 야당의 체질은 그대로이며 특히 새누리당의 행태는 심해도 너무 심했다. 과연 20대 국회가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참으로 걱정될 따름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봉숭아 학당’에 다름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지각을 해도 큰 소리를 치는가 하면 느닷없이 추경 예산을 거론하며 유성엽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추경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분노’를 자극한 부분이 있었다고 하자. 그런데 그 추경안 문제와 인사청문회가 무슨 관계가 있는가. 대뜸 위원장 사퇴부터 요구한다면 당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하지 말자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이런 식으로 조윤선 후보자를 측면 지원하겠다는 전략이었다면 실망은 더 크다. 그렇다면 앞으로 이런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없다. 인사청문회마저 정쟁의 수단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장이 이처럼 막장이다 보니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질 리가 없다. 사실 조윤선 후보자 딸의 특혜성 인턴 의혹이나 남편의 공정위 대상 사건 수임 등은 사안이 간단치 않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본다면 크게 분노할 일이요, 고위공직자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결격 사안들이다. 이튿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마찬가지다. 김 후보자의 부동산 특혜 의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대목이다. 은행 문턱이 높은 우리 국민은 과연 김 후보자의 처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상위 1%의 생존법이 그런 것이냐고 묻는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게다가 빈곤층으로 등록된 모친의 의료혜택은 국민을 절망케 한다. 이렇게 살아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장관까지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상적인 사회란 말인가.

더 큰 문제는 이런 후보자들을 인사청문회장으로 보내는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태는 정말 해도 너무했다. 검증을 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뜻대로 임명을 할 것이기 에 특별한 검증이 필요 없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국회를 무시하고 국민을 우습게 봐도 유분수다. 이처럼 하나마나한 인사청문회, 그 어떤 결격사유가 나와도 임명을 강행하는 방식이라면 겉치레에 불과한 이런 인사청문회는 이제 끝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시간과 돈은 물론 수많은 인력의 수고까지 맹탕으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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