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참석한 김철 SK케미칼 대표 등 증인들이 자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태옥 “검찰 뒤에 숨어 말로만 고민”
김상화 “PHMG의 독성 약하게 표기”
원료·제조·유통 업체 “기금출연 검토”

[천지일보=이민환 인턴기자] 국회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습기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 이틀째인 30일 가습기 살균제의 핵심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과 제조·유통업체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이날 가습기특위는 SK케미칼과 제조·유통업체들이 가습기 살균제의 핵심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을 고의로 숨긴 점과 조사에서 빠졌다고 침묵으로 일관한 비도덕적인 기업 행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새누리당 전희경 의원은 “명백하게 SK케미칼 제품을 쓰고 피해를 본 사람 5명이 있는데 정부 뒤에 숨어서 기업이 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냐”며 피해자에 대한 구제 노력을 요구했다. 김철 SK케미칼 대표는 “법적인 책임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며 “자세히 답해드리지 못하지만 법적인 책임만 다하고 상황을 끝내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 정태옥 의원은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인 PHMG와 메칠클로로아이소치아졸리논/메칠아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CMIT/MIT)을 모두 공급했다”며 “옥시처럼 다른 보상안이라도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 미적대는 검찰 뒤에 숨어 결론이 날 때까지 고민만 하는 게 대기업인 SK케미칼의 태도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김상화 의원은 “SK케미칼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상의 PHMG의 독성을 다르게 표기해 PHMG의 유해성을 고의로 숨겼다”며 “1997년 작성한 MSDS는 ‘심한 자극성’으로 표기했다가 이후에는 ‘자극성 있음’으로 유해성을 더 약한 것처럼 표기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사실상 독성 물질들이 SK케미칼로부터 시작됐음에도 정부 조사를 보고 기다린다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그동안 정부가 친대기업 위주의 정책만 해주니 이번에도 (SK케미칼에) 유리하게 해줄 것이란 확신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전수조사에서 빠진 헨켈코리아와 LG생활건강에 대해 강하게 추궁했다. 하 의원은 “증인들은 자식들에게 ‘나쁜 짓을 해도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교육할 것이냐”며 “2009년까지 판매한 제품을 2011년이 되자 기억상실증이 왔는지 침묵했다. 의도적으로 도망 다닌 것인지, 숨길 의도가 없었는지 확실히 말해 달라”고 압박했다.

이에 김천수 헨켈코리아 대표는 “2010년 12월 입사한 저는 최근에 알게 됐다”고 말했고,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도 “2011년에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발생했을 때 관심을 가졌지만, 발표된 원료 이름이 달라 연관성을 가질 것이란 생각을 못 했다”고 말했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원료·제조업체인 SK케미칼과 애경의 대표들은 ‘법적인 책임 외 사회적 책임,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자를 위한 기금 출연할 의지가 있느냐’란 새누리당 김상훈 의원의 질문에 “국회와 정부가 기금 조성 마련을 위한 틀을 마련해 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유통업체인 E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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