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뉴시스)

금리인상 시그널 던진 옐런
다음 달 인상 가능성 급부상
美 고용지표 금리 향방 결정

외국인 자금 해외 유출 우려
한은, 당분간 금리 동결할 듯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미국과 일본, 유럽 중앙은행들이 정반대의 통화정책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드러냈고,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정반대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에 따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물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인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의 자본이탈을 부추기고 증시 하락, 환율변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은 그 파급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인상 신호 던진 美 연준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제로금리를 이어오다 지난해 12월 0.25%를 인상한 데 이어 두 번째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옐런 의장은 “최근 몇 달간 금리 인상을 위한 여건이 강화됐다”며 “견고한 고용시장과 미국 경제전망 개선 등의 측면에서도 볼 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의 스탠리 피셔 부의장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의장의 발언은 9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연내 1회 이상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피셔 부의장이 옐런 의장의 발언에 주석을 달면서 9월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했고, 시장에선 적어도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내달 2일 발표될 고용지표에 따라 9월 미국 기준금리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규 취업자 수는 6월 29만 2000명, 7월 25만 5000명으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 여건이 강화된 근거로 견고한 고용시장을 꼽았다는 점에서 8월 고용지표가 호조를 이어가면 연준의 금리인상 통화정책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신흥국 금융시장은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외화건전성이 떨어지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파급효과가 확대돼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화 자산의 가치는 상승하고 자국 통화 가치는 떨어진다. 이에 신흥국에 몰려있던 외국 자본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고, 특히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 (출처: 연합뉴스)

◆한국 경제 미칠 파장은?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 여파가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연 1.25%로 미국 기준금리(0.25~0.50%)와는 0.75~1.0%포인 차이가 난다. 미국이 연내 한 번 금리를 올릴 경우 격차는 0.50~0.75%포인트, 두 차례 인상을 단행할 경우에는 0.25~0.50%포인트까지 좁혀진다.

일반적으로 내외금리차가 줄어들면 원화가 약세로 전환되고 외국인 자본 유출을 부추기는 작용을 한다. 미국 금리인상이 한창 부각됐던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266억 달러(약 30조원)에 달한다. 이 당시엔 한미 간 금리차가 1%포인트가 넘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한 차례라도 금리를 올리면 그 격차는 0%대까지 좁혀진다. 외국인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우리나라 대외건전성과 재정건전성을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높게 평가했다는 점에서 다른 신흥국처럼 대량으로 유출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금리인상이 신흥국 경제의 불안으로 이어져 한국의 수출 부진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한국 제조업의 수출 영향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자동차, 자동차용 엔진·부품 등의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수출액을 기준으로 미국 기준금리가 1%포인트 인상되면 자동차는 2억 800만 달러 수출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 (출처: 연합뉴스)

◆진퇴양난에 빠진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함에 따라 미국처럼 금리를 올릴 수도, 유럽과 일본처럼 추가 완화 카드를 내밀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국회통과가 ‘골든 타임’을 놓치면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에 시장에선 한은의 역할에 힘을 실고 있다.

이렇게 경기부양 차원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커진 상황이지만, 다음 달에 당장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이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조정하긴 어렵게 됐다. 여기에 1257조 3000억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금융시장에선 한은이 일단 추경과 미국의 통화정책 여부를 확인한 뒤 금리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한은의 선택권은 좁아졌다”며 “한은이 내달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기준금리 방향을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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