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최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넘치는 ‘중2병’과 반대로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고 방황하는 시기 혹은 모습을 일컬어 ‘대2병’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주로 대학교 2학년 시기에 경험한다고 해서 생겨난 명칭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대2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원인은 현실의 직시다. 대학교 2학년이 되면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하고, 자신의 미래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시기다. 중·고교 6년의 과정을 어렵게 거친 후 대학생이 되어 1년이 지났으므로 마냥 대학생활의 낭만에 젖어들 수 없다.

그런데 인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취업의 어려움, 실물 경제의 어려움, 비관적인 미래 전망 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성공에 대한 열망, 의욕, 의지 등이 저하되고, 점차 무기력감에 빠지게 되면서 허무주의, 자신감 저하, 비관주의 등으로 방황하는 것이다. 유년 시절이나 사춘기 성장 과정에서 심리적 어려움 또는 경제적 빈곤 등이 지속됐다면, 이 또한 원인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 시기가 대3이나 대4에 이루어졌으나 취업문이 극도로 좁아진 현재에 이르러서는 언제부터인가 대2로 낮아진 것이다.

이와 같은 대2병은 엄밀히 말하면 공식적인 질병은 아니겠지만, 일종의 증후군으로 볼 수는 있다. 즉 중2병처럼 대2들이 많이 겪는 다양한 증상들의 복합체이면서 낮아진 자존감이나 좌절 등의 핵심적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인생의 시점에서 중2, 대2처럼 고비를 맞는 시기에 심리적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므로 병으로 일컫는다. 과거에서부터도 종종 고3병이 있었고, 지금도 ‘갱년기’라고 하면 남성과 여성 모두 중년을 넘어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황혼의 시기에 겪는 각종 증상들 또는 병을 말한다. 사춘기는 2차 성징이라는 신체적 변화와 함께 찾아오는 정신적 격동기요 정체성의 형성 시기다.

그러나 대2병은 그러한 신체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회적 역할 혹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혼란의 시기다. 따라서 사춘기는 자신이 전혀 의도하지 않아도 찾아오게 되는 필연적인 발달 과정이지만, 대2병은 자신의 삶에 대한 능동적인 고민을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선택적인 과정이다. 사춘기는 신체적 및 정신적 격변기요, 대2병은 오로지 정신적인 방황 시기다. 대2병이 지속되는 경우 실제로 만성적인 우울증, 대인기피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적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점차 현실생활에 대한 도피로 이어지게 되어 장기간 은둔적인 생활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2병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들을 해야 할까? 첫째, 인지적인 융통성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즉 미래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면서 각종 스펙을 쌓다 보면, ‘정말 될까?’ 내지는 ‘되고 나서는?’이라는 회의감과 불안이 엄습한다. 이는 내가 꼭 그것을 이루어야만 한다는 경직된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대로 ‘이것 하다가 안 되면 다른 것을 하지 뭐! 그것도 안 되면 또 다른 것도 생각해보자’라는 식의 생각을 갖는 것이 더 마음이 편해진다. 둘째, 낙관주의를 유지하도록 한다. 즉 아무리 세상이 어렵고 살기가 힘들어진다고 할지라도 ‘그래도 어떻게든 살게 되겠지’라는 막연하지만 궁극적인 낙관주의적 태도가 도움이 된다. 비교를 하더라도 나보다 더 나은 훌륭한 사람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못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자. 셋째, 연대감을 강화한다. 나와 같은 대2 또는 더 나아가 비슷한 처지의 선배 대학생들이나 취업 준비생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자.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 동병상련의 위치에 있다고 여기면, 유대감이 커지면서 묘한 결속력도 생겨난다. 기성세대나 현재의 사회구조에 대해서 비판을 함께 하고 불평도 늘어놓다 보면, 일종의 정화(카타르시스) 효과를 느끼게 되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게 된다. 이와 같이 젊은이들이 대2병을 극복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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