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원옥(왼쪽), 김복동(오른쪽) 할머니가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쉼터에서 전날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존자 1억원, 사망자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을 각각 지급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일합의, 피해자 의견 배제
한마디 논의 없이 합의 통보”

“보상·배상 아닌 위로금은
정부가 할머니 팔아먹는 행위”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정말 답답해 죽겠다. 건강도 신경을 너무 써서 자꾸 안 좋아진다. 왼쪽 눈은 안 보이고 오른쪽 눈도 잘 안 보인다. 이렇게 할머니들 괴롭히려면 차라리 정부가 이 일(일본군 ‘위안부’ 문제)서 손 떼야 한다. 우리는 일본 정부가 우리 앞에 사죄하기 전에는 돈 받을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0) 할머니는 26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상도 보상도 아닌 위로금을 받을 수 없다”며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에 대해 거듭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날 정부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일본에서 거출할 10억엔으로 생존자에게 1억원, 사망자 유가족에게는 2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김 할머니는 12.28 합의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된 것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세상에 드러난 것도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민간단체와 피해자들의 노력에서부터 시작했고, 25년이라는 세월동안 문제해결을 위해 운동을 해 온 것도 피해자들과 민간단체인데 정부가 말 한 마디 논의 없이 합의 내용을 통보했다는 게 김 할머니의 지적이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아직 해방이 안 됐다. 진짜 말도 한 마디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만 앓다가 민간단체서 일본 잘못한 거 밝혀 할머니들 한 풀어준다고 해서 전 세계 다니며 운동해 왔는데…”라며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할머니는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법적배상이 아니고서는 절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위로금을 받기 위해 이때까지 싸운 게 아니다. 남자들은 남자대로 끌려가고 여자들은 여자대로 끌려가 희생을 당했지만, 일본은 조금도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며 “아직까지도 ‘민간이 했다’ ‘자유 의지로 한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한 사람만 남더라도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늦어서 미안합니다. 우리들이 한 짓이니까 용서해주십시오’하고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법적으로 배상해야지 위로금이라고 해서 받는 것은 한국 정부가 할머니를 팔아먹는 거 밖에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40명 중 29명이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찬성하고 배상금이 많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고 했다는 김태현 화해·치유 재단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다 거짓말이다. 할머니들은 끄떡도 안 하고 있다. 나눔의 집 가봐라. 다 안 된다고 한다. 한심스럽다”며 “정부에선 지방으로 몸도 성치 않은 할머니들 만나고 다니면서 그 가족들에게 ‘돌아가실 날 얼마 안 남았는데 얼마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협조해 달라고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 입장을 내놨다. 김 할머니는 “우리는 평화를 원해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 소녀상을 세웠다”며 “소녀상은 과거에 이런 비극이 있었다는 것을 후세에게 알리려고 국민이 한푼한푼 모아 세운 것이다. 그거를 가지고 철거해라 마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태현 이사장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를 통해 10억엔의 배경에 대해 배상금은 아니지만, 일본 정부가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와 반성을 하는 의미로 치유 보상을 낸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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