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품질연합 김종훈 대표

 

얼마 전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으로 자동차 교환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2억 원이 넘는 벤츠 승용차를 골프채로 부순 30대 소비자가 있었다. 이 소비자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동종의 신 모델로 차량을 교환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차량을 교환받기란 우스개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고, 자동차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말이 회자된 지도 오래다. 자동차 결함이나 하자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비전문가, 자동차회사는 전문가이기에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제조물책임법 또한 입증책임은 사용자가 해야 하니 말이다.

‘악덕 판매업자’ ‘블랙 컨슈머’는 공존하면서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극과 극은 통하는 모순이 반복된다고 할까? 블랙 컨슈머는 자생하는 것도 있지만 자동차회사에서 빌미를 제공하면서 악의 씨앗이 트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들이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적당한 선에서 아니면 과잉 보상일지라도 한 건 처리에만 급급하고 자동차회사 높은 분들의 보이지 않는 채근과 압력 속에서는 무리하게 결론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동차회사 사장이나 고위 임원은 이러한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처음에는 “원칙대로 해라”라고 지시한 후 시일이 걸리면서 해결이 지연되면 “아직까지 해결 못해?” 이렇게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관여 내지는 은근한 압박을 가해 일을 그르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블랙 컨슈머는 무조건 사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실제로 사장과 면담을 시켜주면 갑자기 태도가 달라지니 배석한 책임자는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사장 면담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는 담당 직원이나 중간 간부에게 질책만 하면서 피하지 말고 직접 만나서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사장이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장은 골치 아픈 건에 대해 개입하거나 해결을 하려는 마음조차 갖지 않으니 문제가 쉽게 해결 되지 않는 것이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자동차회사가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 우리 국민성에 바탕을 둔 인정주의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의 악순환’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하게 끊을 비장한 대책이 필요하다.

엄연히 블랙 컨슈머는 존재하지만 해결주체는 소비자가 아닌 자동차회사인 것이다. 자동차에 문제가 있어도 묵묵히 자동차회사의 처리방식에 순응하는 화이트 컨슈머가 대부분이다. 강하게 항의하거나 시위를 하지 않아도 제대로 처리해주는 자동차회사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블랙컨슈머나 화이트 컨슈머 모두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고 공평하게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돼야 한다. 결국 원칙을 갖고 초기대응을 제대로 대처를 한다면 블랙 컨슈머는 사라질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