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은 인스턴트라면의 원조로 불리는 닛신의 ‘치킨 라멘’이 일본에서 탄생한 지 58년 된 날이었다. 먹고 살 만해진 요즘, 인스턴트라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만 라면의 탄생 배경을 보면 ‘평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인스턴트라면 개발자 안도는 전쟁 후 배고픔에 허덕이는 국민을 보며 ‘식족세평(食足世平)’이라는 철학으로 기업을 이끌었다고 한다. 이는 ‘먹을 것이 넉넉해야 세상이 평화롭다’는 뜻이다. 혹자는 의식족즉 지예절(衣食足則 知禮節) 즉 ‘의식이 풍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철학을 지녔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60년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분식을 장려했고, 1963년 9월 삼양라면이 첫 출시됐다. 삼양라면 창업자 전중윤 회장도 안도와 같은 철학으로 굶주리는 국민을 위해 오랜 기간 라면 가격을 10원으로 유지했다고 한다. 한국인 대표 대용식인 라면은 현재 세계 최고의 품질과 차별화된 맛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 1위 라면 소비국은 중국이지만, 세계 1위 1인당 라면 소비국은 1인당 연간 72.7개를 먹는 대한민국이다. 2위인 베트남(51.8개), 3위인 인도네시아(51.2개)보다 훨씬 많다. 

닛신의 안도 회장이나 삼양식품 전중윤 회장이 가졌다는 ‘의식족즉 지예절(衣食足則 知禮節)’은 법가사상(法家思想)으로 유명한 관중(管仲)의 말에서 유래한 성어다. 관자(管子) 목민편(牧民篇), 국송(國頌)-2편에 기록된 글로 창름실즉 지예절(倉廩實則 知禮節; 창고가 가득 차야 예절을 안다), 의식족즉 지영욕(衣食足則 知榮辱; 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이 원문이다. 한마디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뜻이요, 배가 불러야 예절도 갖춘다는 뜻이다. 그러나 옛 성현의 말이 꼭 시대에 맞는 것은 아닌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대한민국의 주된 문제로 ‘예절 없음’이 꼽히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와서라면 이제 옆도 뒤도 돌아봐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우리 사회가 됐으면 싶다. 인스턴트라면이 꿈꾼 평화와 예절의 세상, 이제는 이루고도 남을 만큼 대한민국은 풍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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