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유권해석 “의료인, 두 개 의료기관 운영 못 해”
현행법상 일부 대학병원도 불법 운영으로 해석될 수도
법조계 “졸속 개정으로 발생하는 문제점 고려 안 해”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헌법재판소가 2012년 개정된 의료법 33조 8항, 소위 ‘1인 1개소법’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가운데, 이 법으로 인해 공익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법인 병원들까지 불법의료기관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해,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이 불법의료기관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표적인 비영리의료법인인 서울대학교병원법인은 혜화동에 본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을, 분당에는 분원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을 두고 있다. 병원장도 본원과 분원을 따로 두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정관 27조 3항에는 ‘서울대학교 병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분당병원운영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본원의 병원장이 분원의 병원장이 따로 있음에도 분원의 운영에 직접 책임을 지고 있는 말이다.

만약,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 두 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를 따를 경우, 서울대학교병원장은 두 개 의료기관(서울대학교병원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고 있으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셈이 된다.

이때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서울대학교병원의 개설자가 아니고 운영권만 가진 것이므로 의료법 33조 8항의 적용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법 개정 당시 법제처와 보건복지부가 내린 유권해석에서 ‘의료인이 두 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므로 개정 의료법 33조 8항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다시 말해, 의료기관을 직접 개설하지 않더라도 운영에 참여하면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결국, 현행법상 서울대학교병원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대학교병원이 1인 1개소법을 위반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하다. 불법의료기관이 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환수처분을 받게 되기 때문. 법 개정 이후부터 현재까지 5년이 흐른 만큼 그간 서울대학교병원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또 이 금액을 환수당하는 대상이 개설자인 재단법인과 운영자인 병원장, 누가 돼야 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서울대학교병원뿐만 아니라 연세대, 가톨릭대, 고려대 등 분원을 두고 있는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들도 유사한 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기에 법망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법조계는 이 같은 모순된 상황은 해당 의료법의 개정이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졸속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신앤유의 김종식 변호사는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은 공정거래위원회와 보건복지부, 법제처 등 유관 기관이 모두 반대 의견을 개진했으나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74일 만에 졸속 개정되었기 때문에 의료계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 개정 의료법 33조 8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이며 빠르면 올 하반기 내에 결과가 선고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헌으로 결정될 경우 의료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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