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올레’의 주연 배우 신하균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촬영하며 어릴 적 친구들 생각나
서로를 격려해주고 싶은 이야기

닮은 캐릭터 없어… 모두 특이
중재하는 부분은 ‘은동’과 비슷

희로애락 연기 안에서 풀어
일탈하고 싶은 기분 안 들어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아재’요? 언제부터인가 ‘아재’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귀여운 것 같아요. 아저씨보다는 낫죠. 저는 ‘아재’라고 생각 안 하죠.”

올해로 42살인 배우 신하균은 자신을 ‘아재’가 아닌 ‘오빠’로 소개했다. 얼굴에 주름이 많지만 연기에 대한 마음만은 청년같이 열정이 넘친다는 것이다. 영화 ‘올레’(채두병 감독) 개봉을 앞두고 실제로 만난 신하균은 ‘청년’ ‘아재’라는 말이 필요 없는 배우였다.

영화 ‘올레’는 다 때려치우고 싶은 순간, 대학 선배 부친의 부고 소식에 제주도로 모인 세 남자의 예측불허 해프닝을 담고 있는 코미디다. 세 남자는 희망퇴직 권고를 받은 대기업 과장 ‘중필(신하균 분)’, 13년째 사법 고시를 준비한 ‘수탁(박희순 분)’, 마지막 방송을 앞둔 아나운서 ‘은동(오만석 분)’ 등으로 각자 생활하다가 만나기만 하면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는 친구들이다.

‘하균신’으로 불리며 ‘공동경비구역 JSA’ ‘지구를 지켜라’ ‘복수는 나의 것’ ‘웰컴 투 동막골’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력을 입증한 신하균은 이전에 맡았던 역과 전혀 다른 캐릭터인 ‘중필’로 분했다. 신하균은 대기업 과장이지만 갑자기 희망퇴직을 통보받은 ‘중필’의 ‘짠 내’나는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 영화 ‘올레’의 주연 배우 신하균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중필’은 대학 시절 기타 동아리에서 만난 첫사랑에게 고백도 못 하고, 첫사랑을 잊지 못해 39세가 되도록 결혼도 못한 노총각이다. 한마디로 용기를 낼 줄 모르는 재미없는 남자지만 그만의 매력이 있다. 신하균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3명씩 잘 몰려다니거든요. 영화를 찍는 내내 어릴 때 친구들도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직업은 다르지만 친구들끼리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허물없이 자기 모습을 다 보여주잖아요. ‘올레’ 속 세 친구들 역시 어린아이 같고, 한심하면서도 철없어 보이는 중년들의 모습이죠. 저 역시 나잇대가 비슷하니까 접근하기가 더 수월했어요.”

신하균은 ‘중필’을 보면 과거를 추억했다. 그는 “가볍게 보자면 말도 안 되는 남자들이 모여서 여자나 꼬시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우리 세대들이 겪는 아픔과 막막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며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난 것은 아마 우리 세대의 이야기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서로에게 격려를 해줬으면 하는 이야기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신하균은 영화 속 3명의 남자 중 자신과 닮은 캐릭터에 대해 묻자 “다 안 닮은 것 같다. 모두 이상한 캐릭터다”며 “그렇지만 친구들끼리 만나면 거칠게 이야기하는 건 비슷하다. ‘은동’처럼 중재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중필’은 ‘나래’ 역을 맡은 배우 유다인과 유일한 커플 연기를 한다. 친구들과 게걸스럽게 욕하다가 ‘나래’ 앞에선 좋아한다고 말도 못하는 모습은 대학시절의 ‘중필’과 같다. 그는 “감독님이 순수한 이미지를 가진 멜로 라인에 중심을 많이 두셨다. 장난치고 욕하다가 갑자기 쑥스러워하는 등 인물 내면의 격차가 크다”며 “20대 청년의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박희순 선배님하고 연기할 때 수위를 조절하면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센 키스신도 많았다. ‘짐승같은 남자를 좋아해요’ 부분에서 정말 짐승처럼 달려드는 것도 있었다”며 “그런데 하다 보면 현장에서 더 재밌게 하려고 나오는 표현이 많다. 그 장면이 영화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 영화 ‘올레’의 주연 배우 신하균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천지일보와의 인터뷰 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일상에 지친 세 남자는 우연히 가게 된 제주도에서 짧은 일탈을 경험한다. 신하균은 “딱히 일탈한 적이 없다. 그리고 일탈하고 싶은 만큼의 기분을 못 느낀 것 같다”며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쌓아온 감정을 연기하면서 푼다. 개인적인 것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연기 안에서 희로애락을 표현하니까 일탈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든다”고 전했다.

“‘과거는 빨리 잊고, 미래는 웬만하면 걱정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살아요.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봐요. 미래에 대해선 생각 안 하려고 합니다. 생각한다고 그대로 되지 않고 워낙 변수가 많아서 비워놓고 사는 편이에요. 그냥 좋은 작품 만나고 싶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요.”

영화는 생각 없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것 같지만 일상에 지치고 힘든 우리 시대 20~40대의 사연을 솔직하게 그렸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관을 들어섰다가 애잔하고 짠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온다.

“제목 ‘올레’는 제주도의 지명을 뜻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올레, 각자의 올레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영화를 본 관객들이 서로 ‘잘했어. 힘내자’라고 격려했으면 좋겠어요. 격려가 많이 필요한 시대 같아요. 서로 위로를 해주고,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남들이 아니라고 해도 자기가 추구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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