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만명 경찰의 총수인 경찰청장 자리가 현재 공석이다. 지난 22일 전임 강신명 청장이 공식 임기를 마치고 경찰조직을 떠났기 때문이다. 치안 최고책임자 자리를 단 하루라도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므로 청와대에서는 사전에 후임 청장을 내정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요청했지만 국회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 임명이 지연되고 있는바, 이철성 후보자의 음주 사고와 그 처리 과정이 명확하지 않아 야당이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과거 경찰 신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음이 드러났다. 사고 당시인 1993년 11월 22일 강원경찰청 소속이던 이 후보자는 직원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중 경기 남양주군 별도면 도로상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사고로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약식 기소돼 벌금 100만원 처벌을 받았던 것이다. 또 혈중알코올농도 0.09% 상태로 운전면허가 취소됐음에도 이 후보자는 사고조사과정에서 경찰관 신분을 알리지 않아 징계를 받지 않았던 것인데 이런 사정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 야당 반대에 부딪쳐 국회 청문 보고서 채택은 불발에 그쳤다.

이 후보자는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경찰 신분을 감춘 것에 대해 “(사고로) 정신이 없었고,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고 했다. 그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야당에서는 교통질서를 계도하며 교통사고업무를 관장하는 경찰 총수 후보자가 음주운전을 해 면허가 취소됐고, 그 과정에서 신분까지 감춘 것은 자격이 없다며 자진사퇴할 것을 종용한 것은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국가 사법기관으로서 경찰 수장(首長) 자리는 비워둘 수 없는 중요한 자리라는 게 또한 문제다. 강 전 청장의 임기종료 시기에 맞춰 신임 경찰청장의 취임이라는 자연스런 교대가 되지 않다보니 청와대가 경찰청장 임명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경찰청장 임명은 법과 절차대로 하겠다며 이철성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23일부터 10일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지정 기간 내 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이 후보자를 경찰청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경찰청장 임명 건은 결국 대통령의 권한이다. 하지만 경찰청장 결격자로 단정해 야당이 반대하는 이 후보자에 대해 임명 여부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국가조직의 안정을 위한 임명 강행이냐,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자가 경찰청장으로 적격한지 여부는 국민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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