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금년 6월 우리 복지부와 르완다 보건부가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원격의료) 시스템 구축을 핵심으로 한 보건의료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은 데 이어 지난 7월 21일에는 한국의 KT와 세브란스병원, 르완다 키갈리대학 병원 간에 원격의료 협약서가 전격 체결됐다. 그동안 한국이 원격의료 협약을 체결한 국가는 페루, 브라질, 칠레, 중국, 필리핀, 멕시코 등 총 6개국에 달하지만 모두 의료기관 간 협약에 그쳤다. 반면 르완다 프로젝트엔 정보통신(ICT) 기업인 KT가 참여해 ‘정부-기업-병원’ 삼위일체의 한국형 ‘글로벌 원격의료 프로젝트’인 최첨단 원격진료 시스템을 구축한다.

기존의 병원 간 협력 체계는 원격진료의 핵심 요소인 원활한 유무선 통신망을 확보할 수 없었으나 ICT 기업의 참여로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원격진료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었다. KT는 르완다 키갈리대학병원과 한국 세브란스병원에 원격진료를 위한 IT 네트워크와 질병 정보 전송시스템 등 관련 장비, 디지털 진단기기 등을 구축하게 된다. 원격 의료시스템 구축이 완료하면 세브란스 의료진이 르완다 환자들을 상대로 한국에서 원격진료에 나선다. 르완다는 말라리아, 에이즈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우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미래 성장산업 분야이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 4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의료용 통신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생긴다. 국내에서 환자와 의사 간 원격 의료를 규제하고 있는 동안 미국, 일본, 호주, 스웨덴은 물론 중국까지 발 빠르게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1997년 원격진료를 허용하면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의사가 실시간 진료와 처방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도 2015년 원격의료 허용으로 IT 벤처기업 등 시장 진입이 잇따르고 있다. 2016년에는 국가전략특구 개정법을 통해 국가전략특구 내에서 처방 약에 대한 원격 복약 지도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원격의료) 시스템의 르완다 수출이 특별히 주목되는 이유는 국내의 현실에 주저앉아 있지 않고 해외 수출로 돌파구를 찾았다는 데 있다. 현 정부는 금융, 의료, 교육 등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막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원격의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야당과 의료계의 반대로 19대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대형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게 된다면서 동네병원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의료법 개정으로 원격의료가 시행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병의원이 없는 도서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해진다. 원격의료를 할 수 있는 의료 기관은 동네의원급에 한정하고 병원급 이상은 군부대나 교도소 등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게 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지적해온 임상·보안·기술적 안전성에 대해서도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한다. 복지부가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한 2차 원격진료 시범사업 결과 원격진료를 받은 도서벽지 및 노인요양시설 환자의 80% 이상이 진료 결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자들이 집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보건소 의료진으로부터 건강 상태를 점검받는 원격 모니터링도 상당한 효과가 입증된 것이다. 원격의료는 의사와 환자가 더 자주 볼 수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오진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세계적인 추세다. ICT와 의료기술이 접목된 융합형 프로젝트인 르완다 원격진료 사업이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에 큰 계기가 되고 신 시장 창출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의 르완다 수출이 국내 원격의료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제20대 국회에서는 조기에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