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현된 판잣집 공부방. 차곡차곡 쌓인 이불, 오래된 낡은 상 등이 옛날 드라마 속에서 보는 것 처럼 소박한 느낌을 줬다. ⓒ천지일보(뉴스천지)

1960~1970년대 집·교실 등 재현
“살긴 힘들어도 좋은 시절이었지”

시간 멈춘 듯한 풍경, 향수에 젖어
아이들, 처음 본 모습에 웃음 가득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이거 알아? 숫자가 적힌 동그란 구멍에 손가락을 넣고 돌리면 돼.”

마치 그 시절을 산 것처럼 꼬마 아이는 으스댔다. 아이는 전화기 다이얼 구멍에 검지손가락을 넣더니 능청스럽게 오른쪽으로 돌려댔다.

“와, 이게 뭐야?” “나도 해 볼래” “다음은 내 차례.” 처음 보는 옛날 전화기가 신기했는지, 아이들은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나도, 나도”하며 아이들은 왁자지껄 했다.

▲ 복고풍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천지일보(뉴스천지)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지난 16일 찾은 서울 성동구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 낡고 허름한 판잣집 외벽, 이제는 촌스러움이 팍팍 묻어있는 ‘외인구단’ 포스터.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낡은 간판. 타임머신을 타고 1960~1970년대에 와 있는 듯했다.

‘삐걱삐걱.’ 낡은 미닫이문을 ‘드르륵’ 여니, 그 시절의 추억과 마주하게 됐다. 오래된 만화책, 복고풍 가득한 교복. 부모님의 시대가 절로 떠올랐다.

“교복 진짜 이쁘다.” 노경민(21, 여, 대구 서구)씨는 옛 교복을 보자마자 탄성을 질러댔다. 교복 자켓과 치마를 입더니, 신기한 듯 교복 치맛자락을 잡고 몸을 좌우로 돌리며 거울 속에 비친 그의 모습을 바라봤다.

함께 온 조아라(21, 여, 대구 서구)씨는‘구멍가게’에 들어서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빨간 돼지저금통, 못난이 인형, 종이인형, 판박이…. 신기했는지 계속 ‘두리번두리번’거렸다.

“와, 쫀드기도 있어. 이거 어릴 때 많이 먹었는데.” 반가웠는지 불량식품을 손에 들고 ‘까르르’ 웃어댔다.

▲ 종이인형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어른도 옛 추억 새록새록

60대 어르신들도 그대로 재현해 놓은 판잣집에 신기해했다. ‘따르릉따르릉’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던 우체부 아저씨가 쓴 낡은 가방, 양은 밥통, 약탕기, 옛날 선도부 완장.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게 그대로였다.

“이거 진짜 비쌌는데.” 먼지가 잔뜩 쌓인 오래된 재봉틀 앞에 멈춰 선 박영순(65, 여)씨. 옛 생각이 났는지 재봉틀을 연신 만지작거렸다.

“그땐, 이게 혼수품이었어. 우리 어머니가 이거(재봉틀) 사 주시려고 고생하셨어.”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어머니 생각에 그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쪽엔 조그만 나무 상 위에 양은 그릇, 양은 냄비·주전자가 올려 있었다. 옛날 드라마 속에서 보는 듯 소박한 느낌이었다. 옛 모습에 지순복(63)씨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옛날엔 조그만 상에 대여섯 명이 삥 둘러앉아 밥을 먹었지.”

▲ 양은 식기들이 올려져 있는 동그란 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양은 주전자를 유심히 보던 지씨. “나 어릴 적에, 우리 아버지가 옆 동네 가서 막걸리 받아오라고 심부름도 시켰어. 살긴 힘들었지만, 좋았던 시절이었어.”

추억의 교실도 재현됐다. 오래된 오르간, 옛날 가방, 손으로 쓴 시간표, 주판, 잠망경, 낡은 산수책, 산불조심 포스터. “이런 것도 있었지”라는 말이 절로 입에서 툭 나왔다.

앙증맞은 책상에 앉아 칠판을 바라보니, 신기함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지금은 추억 속에만 남아있는 판잣집. 그 시절을 겪은 어르신들도, 난생 처음 본 물건이 가득한 아이도, 모두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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