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지난달 11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정하고 추경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8월 22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추경은 올해 본예산이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상반기에 조기 집행된 관계로 하반기 경기를 부추길 재정이 필요해짐에 따라 정부와 여당이 추경으로 올해의 경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추경으로 지원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의 청문회 증인 채택 과정에서 새누리당과의 입장 차이로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의 심의가 중단됐으니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정부예산은 그 집행 시기의 적기성(適期性)이 중요하다. 추경을 편성하게 된 원인이 하반기 경제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거라면 국회에서도 일정에 늦지 않도록 처리해야 하건만 이번 청문회 개최 건으로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은 여야 공히 책임이 크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별관회의에서 이뤄진 조선·해운업 대책에 대해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그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청문회 개최를 주장하며 추경 심사까지 거부하는 실정이다. 이에 새누리당에서는 야당 반대로 추경이 안 되면 결국 국민 지탄은 야당 몫이라는 정치적 계산을 하면서 추경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는 점은 당리당략적 차원의 정치적 속셈이지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의 힘듦을 덜어주고 경제난국을 타파하기 위한 조치는 아닌 것이다.

추경과 관련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3당 대표들은 22일 추경안을 처리하고 서별관회의 청문회를 실시한다는 ‘선(先) 추경안 처리 후(後)청문회 개최’로 정리됐다. 하지만 여야의 속셈은 서로 다른 곳에 있었다. 새누리당에서는 추경 처리 합의로 통과될 것으로 믿고 청문회 증인 채택에 소극적이다. 특히 최경환 의원, 안종범 수석 등 핵심 증인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에 야당이 이의를 달고 있다. 즉 예산처리가 되면 이어서 청문회가 정상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자칫하면 예산안이 통과돼도 여당 반대로 청문회가 유명무실해져 결국 새누리당의 먹튀식 작전에 휘말린다는 계산이니 핵심 증인 채택과 추경 통과 연계에 나선 것이다. 국회의 교섭단체 3당은 경제 살리기보다 각자 이익을 노린 정치적 이슈에 매몰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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