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의 체질을 바꿀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듯싶다. 실제 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 언론사나 기업 관공서에서 예정했던 포럼이나 대외 행사들은 대부분 취소됐다.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의 찬조금도 다 불법인 만큼 괜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기업 홍보담당자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3, 5, 10 규정만 있는 게 아니고, 특정 언론에만 기회를 주는 것도 다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난감해진 상황이다. 반면 입지가 덜 다져진 매체로서는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기업의 접대 문화가 대대적으로 바뀔 것은 자명하다. 수년 전 접대비 50만원 이상을 규제하는 법이 생기면서 위축된 룸살롱은 김영란법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음성적 성매매 업소가 양산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으나 퇴폐문화가 사양길을 걷는다는 건 사회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요소다.

종교계도 김영란법 발효를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얼마 전 조계종 차원에서 김영란법이 불교계에 미칠 영향에 관한 특강이 이뤄졌다. ‘보시와 공양’이란 이름으로 스님들에게 전해지는 돈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영란법을 환영한다고 밝힌 개신교계는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아 대조를 보인다. 따지고 보면 더 많은 명목으로 목회자에게 찬조금을 주고 있고, 권사 안수집사 장로 직분을 받기 위한 대가성 헌금이 정착돼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는데도 문제가 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부정부패와 청탁, 기득권 우대 문화까지 대대적으로 수술하는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애매한 법 규정으로 인해 기업의 대외 활동을 위축시키고, 농·축·수산업을 비롯한 서민경제까지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부분은 분명 보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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