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경 성균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 창간7주년 기획 인터뷰 ‘종교人 상생을 말하다’

유림(儒林)의 수장 어윤경 성균관장

“배움과 생각의 괴리가
종교 간 분쟁·갈등 야기”

“타종교 목소리 경청하고
끊임없는 대화·교류 필요”

“화합·상생의 기본은 배움
모르면서 배우지 않는 태도
편견·아집·불통을 낳게 돼”

[천지일보=박완희 인턴기자] 지구촌은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분쟁 등으로 골병이 들고 있다. 이러한 분쟁 등이 일어나는 원인의 80% 이상이 종교로 인한 갈등으로 빚어지고 있다. 이에 종교 간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지구촌(地球村)이라는 말은 지구 전체가 하나의 마을과 같은 성격을 가졌음을 뜻한다. 이러한 바람을 이뤄가기 위해 평화와 행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본지는 최근 국내 7대 종단 가운데 하나인 유림을 대표하는 어윤경 성균관장을 만났다. 유교에서 바라보는 상생의 의미와 종교의 역할을 무엇일까. 어 관장은 소송에 휘말려 6개월간 자리를 비웠다가 소송취하로 지난달 15일 업무 복귀에 성공했다. 성균관 발전을 위해 밤낮 열심히 해도 모자란 6개월의 시간을 뺏긴 것이 가장 억울했었다는 그는 요즘 한을 풀 듯 바쁜 스케쥴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어 관장은 “천만유림이 다른 뜻 없이 하나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며 유림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상생을 희망했다.

- 성균관을 소개하자면.

성균관은 고려 말과 조선시대의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의 명칭이다. 성균(成均)이란 ‘주례(周禮)’에 나오는 말로 음악의 조율을 맞춘다는 의미이다. 어그러짐을 바로잡고 과불급을 고르게 한다는 뜻이다. 고려의 국립대학인 국자감이 1298년(忠烈王, 24)에 성균감으로 됐다가 1308년(忠宣王, 즉위년)에 성균관으로 칭하게 됐고, 1356년(恭愍王, 5)에 국자감으로 환원됐다가 1362년 다시 성균관으로 고쳐 조선시대에 계속 대학의 명칭으로 사용돼 왔다. 고려시대 때는 개성에 있었고, 조선시대 때는 서울(漢城)의 숭교방(崇敎坊) 즉 현재의 명륜당에 있었는데 현재까지 존속되고 있다.

- 지금의 성균관은 조선시대 건물들이 유지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서기 1400년(正宗 2년)에 성균관이 소실됐으나 곧 재건됐고, 선조 25년의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것을 서기 1601년에 대성전, 명륜당과 부속건물을 연차적으로 중건·보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유교 경전인 ‘사서오경’의 핵심은.

유교의 핵심 사상이자 진리는 인(仁)이며 곧 사랑이다. 이는 나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사람과 사람 간 어울려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치를 담고 있다. 또 인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타당한 가치이자 본성이며, 인간이 하늘을 닮아 영원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낸다. 유교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성이 선하다고 보는데 그것을 보편타당한 진리로 보고 있다. 또 중용에서는 ‘천명지위성’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명한 것을 성이라고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사람이 하늘과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고귀한 존재임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사서의 가르침은 사람이 하늘과 같은 영원 무한한 가치를 지닌 고귀한 존재임을 자각하고 나·가족·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 종교가 우리 사회와 이웃 종단 간 상생을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은.

종교는 사회에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예의와 도덕, 윤리를 바로 세우고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일이다.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타자·타종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용, 배려 등을 통해서 다 함께 살아가는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화·교류 등이 필요하다. 내 종교만이 최고의 진리라는 생각을 하기 전에 타종교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보는 태도가 각 종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각계각층에도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 일각에선 ‘유교를 종교라고 봐야 하는가’라는 논란이 있다.

종교(宗敎)는 최고의 가르침이라는 뜻이다. 유교를 종교라고 보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사서를 비롯한 경전을 중심으로 성현들의 말씀을 배우고 익히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고 했고, 맹자는 “마음의 기능은 생각하는 것이니 생각하면 얻고 생각지 않으면 잃는다”고 했다. 배우는 것은 올바로 생각하는 것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 오늘날 종교 간의 분쟁·갈등이 일어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가. 대책은.

배움·생각이 괴리돼 있기 때문이다. 종교 간 갈등의 불씨는 올바른 생각과 가르침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안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알지 못하고 모른다고 하면서 배우지 않으려는 태도는 편견과 아집, 불통을 낳는다. 서로 대립·갈등이 일어나는 사태를 두고 역사는 폭력·전쟁으로 혹은 돈·권력으로 해결하려고 했을 때 항상 문제가 돼왔다. 그래서 공자는 그런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배움, 즉 학(學)과 사(思)로 풀어가길 바랬던 것이다. 논어의 첫 구절이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것은 바로 배우는 것이야말로 모든 화합·상생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인이면 종교인답게 각자 맡은 바 책임과 역할을 잘해나간다면 화합·상생의 사회가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

- 국민대통합을 원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종교계에 해야 할 역할은.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역할. 예를 들면 교육부를 통해서 인성교육을 시키려고 하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잘 안 되지 않는다. 또 자살문제·남북교류문제 등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풀어나가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잘 해결되지 않을 때는 민간차원에서 상호협력 하에 풀어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정부가 하지 못한 역할을 종교계가 할 수 있다면, 정부가 그 역할을 하는데 잘 수행해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격려를 해줘야 바람직하다. 물론 그전에 종교계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바로 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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