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영화 ‘터널’에 주연 배우 하정우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나리오 읽자마자 역시 ‘김성훈 감독’이구나 생각
신파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재미있게 그려
정수처럼 나도 낙천적… 고립된다면 물 나눠줄 것 같다

애드립 일단 ‘뱉고 보자’… 공간 채우려고 노력했다
연기 느낀 점 ‘오답노트’에 적어 다음을 준비하죠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추격자’ ‘국가대표’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베를린’ ‘암살’ ‘아가씨’…. 하정우의 흥행작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2003년 영화 ‘마들렌’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다양한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하며 캐릭터 소화력과 흥행력을 갖춘 대한민국 대표 배우로 자리를 잡았다.

그는 최근 개봉한 영화 ‘아가씨’ 흥행 바통을 ‘터널(김성훈 감독)’로 이어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6일 박스오피스 순위는 ‘터널’이 누적 관객 수 353만명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정우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영화의 시간은 하정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의 연기와 김성훈 감독의 합을 기대하며 표를 산다. 그리고 하정우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개봉을 앞둔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잇따른 개봉과 홍보 일정을 ‘아이돌 스케줄’로 뛰어다닌 탓인지 중간에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인터뷰에 임했다. 이날도 오후 영화 홍보 일정이 있던 차였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영화 ‘터널’에 주연 배우 하정우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역시 김성훈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보편적이고 신파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끝까지 재미있게 그려냈죠. 터널 안에 갇혔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적응해 나가는 ‘정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영화 ‘터널’은 무너진 터널 안에 고립된 ‘정수’를 둘러싸고 변해가는 터널 밖의 이야기를 담아낸 재난 영화다. ‘정수’는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의 직장인이자 아내와 딸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하정우는 “‘정수’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사는 사람이다. 세일즈맨이다 보니까 자신보다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풀고 삶의 의지를 갖추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이런 사람이 있을까. 영화니까 허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저 역시도 낙천적이고 긍정적이에요. 저는 그런 상황(터널 안에 고립된 상황)에 부닥쳐서 물을 나눠주려고 할 때 쉽게 줄 것 같아요. 갈등하는 인간적인 마음은 있지만 나누게 되지 않을까요.”

‘원조 먹방(먹는 방송)’으로 불리는 하정우가 하다 하다가 이번에 개 사료까지 섭렵했다. 촬영 중 80알 정도의 개 사료를 먹었다는 하정우는 “뻑뻑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그는 “사실 터널에 갇혀 있다가 나오니 설렁탕이 먹고 싶었다. 구조를 앞두고 들뜬 장면에서 (오)달수 형에게 ‘나가서 설렁탕에 소주 한잔 합시다’고 말하는데 편집돼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쓸 수 있는 똑똑한 배우다. 그는 영화에서 ‘정수’를 절망했다가 분노하고, 희망을 찾았다가 또 절망하는 모습으로 그렸다. ‘정수’는 먼지에 뒤덮여 붉게 충혈 된 눈으로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단순히 우울하지만은 않다. 이는 그의 센스가 돋보이는 애드립 덕분이다.

▲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길 한 카페에서 영화 ‘터널’에 주연 배우 하정우가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 신에서 중요한 정보는 다 전달해야 하니까 그것만 달성하면 이외의 것은 다 알아서 했던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살을 많이 붙였다고 볼 수 있죠. 개한테 욕을 하는 장면도 애드립이었어요. 진짜로 개가 내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말하잖아요. 공간을 채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아가씨’에선 일본어 60%로 잘 짜인 시나리오를 그대로 촬영했다. 하정우는 “촬영 준비 기간까지 7~8개월 동안 ‘아가씨’ 현장에 있다가 ‘터널’ 촬영장에 오니 너무 편했다”며 “너무 다행스럽게도 김성훈 감독의 방향이 맞아서 애드립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뱉고 보자’ 였다. 어차피 선택은 감독님이 하니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터널’에 대해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편이에요. 그 만족을 얻기 위해서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심혈을 기울였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촬영했어요. 모르는 것에 대한 부족함은 있겠죠.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도 많이 있고. 그런 부분은 저 혼자 알아서 오답 노트를 적어요. 그리고 다음 영화를 준비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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