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을지대 겸임교수 

 

지난 8.15 광복절에는 경축식 참석으로 바쁘게 움직였던 하루였다. 경축식이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스크린에 ‘자랑스러운 이름, 하나 된 대한민국’이라고 쓰인 글귀를 바라보며 자리를 잡았다. 애국지사분들과 함께 대통령께서 입장하시고 곧이어 경축사가 시작됐는데, 참석자 모두 경축사에 담긴 하나하나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경축사가 정점을 향해 달리면서도 좀처럼 기다리던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노심초사할 무렵,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진정한 광복은 8천만 민족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더 이상 이산의 아픔과 고통이 없는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라고 믿습니다. …중략…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모든 북한 주민 여러분!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이름으로 북한당국의 간부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실로 전무후무한 놀라운 내용이 아닐 수 없었고, 이는 향후 한반도 통일의 여정에 크나큰 울림을 가져올 것이 분명해 보였다. 실제 세습독재체제를 유지케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핵심수뇌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주민과 수뇌부 사이의 완충역할을 하는 중간간부층의 몫이라는 것을 볼 때, 대통령의 메시지는 실질적인 북한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결의를 토대로 확고한 통일비전을 제시한 결과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북한은 여지없이 신랄한 비난 논평을 발표하였는바, 북한 조평통 담화에서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전쟁위험을 몰아오는 장본인은 남조선에 침략무력을 끌어들여 우리를 힘으로 위협하는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괴뢰패당”이라면서 “박근혜는 요사스러운 궤변과 대결망동으로 파멸의 나락에서 벗어나 보려고 발악할수록 온 겨레의 저주와 규탄 속에 비참한 운명을 재촉할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세를 취했다.

그러는 사이 외신을 비롯한 세계 언론들은 영국의 북한외교관 가족 일행이 제3국으로의 망명신청이라는 제호의 기사를 타전했고, 그 외 수많은 북한외교관, 해외간부들이 북한을 떠나 탈북행렬에 동참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북한 논평에 대한 대답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북한은 주민들에 이어 중간간부들마저 탈북행렬에 동참하는 혁명전야의 상황이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199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던 세습독재 김씨왕조의 말로를 보는 듯한데,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북한의 수많은 해외간부급들은 지속적으로 망명을 타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질 못하고 있으며, 실행을 했다고 하더라도 한국행이 아닌 제3국행의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1997년 2월 주체사상의 창시자 황장엽 선생의 망명으로 북한의 세습왕조는 이제 끝났다고 환호했을 때,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탄생했고 소떼몰이를 시작으로 천문학적인 대북지원이 이어지면서 김정일은 기사회생과 함께 핵무장이라는 히든카드까지 거머쥐었으며, 목숨을 걸고 한국행을 택한 황장엽 선생은 또 다른 감옥에 갇힌 불쌍한 신세로 전락했던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북한간부들은, 자신도 황장엽 선생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염려에서 구체적인 행동은 내년 대한민국의 선거상황을 보고 실행하자는 쪽으로 분위기가 맞춰져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가.

1945년 이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세대가 우리 부모님 세대였다면, 이제 우리는 통일대한민국을 완성하는 역사적 책무를 안고 살아갈 세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좋은 대한민국, 새로운 통일한반도는 바로 우리의 선택과 북한간부들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바로 통일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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