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초나라가 진나라에 참패하자 초회왕은 송의를 상장군에, 항우를 차장에 임명하여 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떠났으나 상장군 송의는 46일이 지나도록 지체하고 있었다. 항우가 황하를 건너 진나라 군대를 공격하자고 건의했으나 송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우는 송의를 죽이고 초회왕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다. 회왕은 항우를 정식으로 상장군에 임명했다. 

송의가 죽은 뒤로 초나라 항우의 위세는 빠르게 높아지고 그의 이름은 제후들 사이에 크게 떨치고 있었다. 

항우 휘하의 경포와 포 장군이 거느리는 2만의 군사는 황하를 건너 거록 땅에 갇혀 있는 조나라를 구원하러 나섰다. 그러나 전세는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다. 조나라 장군 진여는 항우에게 재차 구원군을 요청했다. 항우는 전군을 이끌고 황하를 건넜다. 강을 건너자 즉시 타고 온 배를 모조리 물속에 가라앉히고 가마솥을 때려 부수고 병사들의 천막을 불태워 버렸다. 군량도 3일분밖에 준비하지 않았다. 승리 아니면 오직 죽음뿐이라는 명령을 전 장병들에게 내린 것이었다. 

거록에 도착한 초나라군은 진나라 왕이의 군대를 포위하는 한편 장한이 거느린 군사들과도 공방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용도를 끊어 버리는 데 성공하고 진나라군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었다. 진나라군에서는 장군 소각이 전사하고 왕이가 포로로 잡혔으며 섭간은 항복하는 대신 불속에 뛰어들어 자결했다. 이 승리로 말미암아 초나라군은 각지에서 일어난 제후들 가운데서도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 

당시 거록의 조나라를 구원하려고 달려왔던 제후들의 군사는 근처 수십 곳에 성을 쌓고 각기 그 속에 틀어박혀 싸울 의사도 없이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 항우와 진나라군의 전쟁이 시작된 뒤에도 그들은 성의 망루에서 구경만 할 뿐 도무지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나라 군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병사들의 우렁찬 목소리는 천지를 진동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초나라 군대의 병사들 앞에서 제후들은 그저 숨을 죽이고 구경만 할 따름이었다. 

진나라군을 패퇴시킨 뒤 항우는 제후들의 부장들을 불러들였다. 그들은 초나라군의 군문을 지날 때는 모두 무릎걸음을 걸어야 했다. 아무도 고개를 쳐들지 못하였다. 그때부터 항우는 상장군으로서 제후들을 완전히 손에 넣었다. 

초나라 회왕은 항량의 군사가 진나라에 패한 뒤 조나라를 구원하기 위해 상장군 송의와 차장 항우에게 진나라 공격을 명령하였는데 패공 유방에게는 서쪽으로 나아가 함곡관에서 관중으로 쳐들어가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때 초회왕은 여러 장수들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관중을 맨 먼저 무찌른 자를 관중의 왕으로 봉한다.”

그 무렵 진나라군은 군세가 강한 편이어서 집요하게 반란군을 공격하여 각 나라 장수들이 관중에 들어가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예외가 있다면 항우 한 사람뿐이었다. 

항우는 숙부 항량이 진나라군에 패하여 죽은 것을 몹시 분통해 하고 있었다. 그래서 관중을 공격하라는 명령이 패공 유방에게 내려지자 자기도 그와 함께 관중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회왕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회왕의 밑에 있는 노장들은 한사코 반대하면서 회왕에게 건의했다. 

“항우는 잔인한 사람입니다. 양성을 공격했을 때에도 적군 모두를 땅속에 생매장하여 아예 씨를 말려 버리지 않았습니까? 그가 지나온 땅은 모조리 폐허로 변했습니다. 게다가 초나라 병사들은 성급하게만 굴었기 때문에 진승과 항량도 실패를 거듭한 것입니다. 이번만은 유능한 사람을 보내 진나라군을 눌러 버리면 모두 귀순할 것입니다. 항우를 보내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패공과 같은 도량이 넓은 사람이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어 항우의 관중 공격은 허락이 되지 않았고 대신 패공 유방에게 명령이 떨어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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