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씨는 지난 5월 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신차를 구매했지만, 차량 인수일인 6월 6일부터 도장불량부터, 8일 엔진 연기 발생 등 신차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불량 현상이 나타났다고 문제점을 호소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수 당일 ‘부식·도장불량’ 발견, 2일 만에 엔진 연기 발생
판매사·수입사, 차일피일 미루고 ‘모르쇠’ 일관… 상습수법 의심
공정위 조사 나서야… 전문가 “차량 교환해줄 중대 사안”

[천지일보=손성환 기자] #. 지난 11일 서울 사당에서 만난 제보자 S(35)씨는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수입하는 신차를 산 지 이틀 만에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심지어 신차에서 ‘불량도장·재조립’ 흔적까지 발견됐다. S씨는 수차례 피해를 호소했지만 판매사와 수입사는 보상은커녕 늑장대응과 ‘모르쇠’로 일관했다.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차량 9975대, 올해 상반기엔 7078대를 판매하면서 전년 대비 50.6%나 성장한 회사다. 이처럼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하자가 발생한 차량에 대해선 소비자에게 떠넘기기식으로 응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회사가 수입한 차량은 지난해에도 신차 ‘하부 부식’ 문제가 발생해 해당 소비자가 현재까지 판매사와 소송을 벌이고 있다(하단 관련기사).

특히 대기업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판매사들이 상습적으로 이러한 수법으로 대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차량들에 대한 피해를 소비자에게 미루고 있어 공정위 등 관련 당국의 조사가 시급하다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속도로 달리다가 엔진룸 ‘연기’ 발생

지난 5월 29일, S씨(35)는 아내 L씨(37)의 명의로 재규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SE(2016년식) 차량을 서울에 있는 K판매사에서 구매 계약을 했다. 당시 구매하려는 차종이 없었지만 K판매사 영업사원은 ‘고객 취소 건’의 차량이 있다고 소개했다.

S씨는 ‘취소 차량’이라는 점이 염려됐지만 판매사 영업사원이 ‘차량에 문제가 없다’고 설득 했다. S씨는 “영업사원이 ‘5월말 프로모션’을 적용받으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해서 급히 계약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월 6일 차량을 인수받는 당일, S씨는 신차에서 트렁크 부품의 부식과 글로브박스 불량 등을 발견했다. 게다가 인수 이틀 만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엔진룸에서 심한 연기가 나서 차를 세울 수밖에 없었다. 차량 연기 발생은 이후에도 차를 탈 때마다 반복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S씨는 뒷좌석 차량 문에 먼지가 들어간 상태로 색을 칠한 ‘불량 도장’을 발견했다. 또 트렁크 부분에서 ‘재조립 흔적’까지 보였다. 트렁크 도어 접합부분은 나사를 풀었다가 다시 조이고 어설프게 덧칠한 흔적이 있었고, 트렁크 양 옆의 볼트들에도 부식된 모습이 남아 있었다. 이처럼 ‘문제 투성이’ 차량에 S씨는 “엔진룸 커버도 유격이 맞지 않는 등 새 차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고 말했다.

 

▲ S씨의 신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의 트렁크 부분에는 나사를 풀었다가 다시 조이고 어설프게 색을 덧칠한 재조립 흔적이 있다. S씨는 차량을 재조립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또 위 사진엔 색이 덜 칠해진 부분도 있다. (제공: 제보자 S씨) ⓒ천지일보(뉴스천지)

◆중대결함 가능성 있는데도 ‘묵인·늑장’

또 S씨는 “차량결함도 문제지만 수입·판매사의 대응이 더 답답했다”고 호소했다. 차량을 받고 70여일간 전전긍긍하며 차량 문제의 해결을 요구했지만 랜드로버 수입사와 판매사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고 연락도 없었다.

더 이상 판매사와 연락이 닿질 않자 S씨는 6월 말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콜센터에 “판매사 팀장이나 지점장과 연락을 하고 싶다”고 접수했다. 하지만 판매사에선 연락이 없었고, 본사와 연락도 요청했지만 콜센터에서는 “본사에 전달할 수 없고 판매사에 연락해야 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기자가 콜센터 직원과 통화를 해 확인한 결과 실제로 “(소비자가 판매사와 연락이 되질 않는다 해도) 문제 사항에 대해서 판매사에 내용을 전달해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소비자와 본사를 직접적으로 연결해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S씨는 “판매사는 차만 팔면 끝이라는 행태로 소비자가 지칠 때까지 문제 해결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S씨는 K판매사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나서야 K판매사 팀장에게 간신히 연락을 받을 수 있었다. 팀장은 처음에 “재도장 외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차량 교환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이후 “최대한 해줄 수 있는 것”이라면서 “차량 문제 수리를 위한 공임비 면제와 50만원 상당의 랜드로버 차량 관련 상품권을 주겠다”고 했다.

S씨는 “신차를 사자마자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 자체가 납득이 안 됐고, 70일간 연락도 제대로 안 돼 마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울분이 터진다”며 “차량을 교환해주거나 몇 년간의 워런티(무상보증수리)를 추가해주는 보상이 아니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본사 책임 커… 車 교환할 중대 사안”

S씨와 같은 상황이라면 판매사와 수입사에는 책임이 없는 걸까. 한국소비자원 20여년 경력의 김종훈 한국자동차품질연합 대표는 “랜드로버 한국법인 본사의 책임이 크다”면서 “딜러망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도 있는데 방관하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분쟁조정위원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차량을 신차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할 만큼 중대 사안”이라며 “신차가 엔진룸에서 연기가 지속적으로 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장 상태부터 엔진룸 덮개 뚜껑도 맞지 않는 것까지 한두 가지 문제가 아니다. 판매하지 말아야 할 차량을 판매한 범죄 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차량 인도 시 이미 하자가 있는 경우(탁송과정 중 발생한 차량하자 포함)’에는 ‘보상 또는 무상수리, 차량교환, 구입가 환급’을 규정하고 있다. 또 판금·도장 등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하자인 경우에는 차량 인수 후 7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고시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S씨는 차량을 인수 받자마자 도장 불량과 부식을 발견했고, 2일 만에 엔진룸에서 연기가 발생했기 때문에 판매사와 수입사로부터 차량 교환 등 적절한 조치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외면을 당하고 있었다.

이처럼 대기업 계열사인 판매사들의 ‘차만 팔면 끝’이라는 식의 행태는 비단 S씨만의 일이 아니다. 랜드로버 차량 동호회 카페들에는 신차 하부 부식 등 차량 문제에 대해 제대로 처리를 해주지 않고, 소비자를 지치게 해서 결국 포기하게 만드는 행태에 대해 지적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신차 하부부식으로 인해 판매사에 소송을 제기한 P씨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판매사의 행태를 드러내 또 다른 소비자가 피해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1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처럼 시간과 돈을 들여 대기업 계열사인 판매사들을 상대로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지만 정작 관리 감독 기관의 제대로 된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은 더욱 쌓여가고 있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 S씨의 신차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의 엔진 뚜껑은 유격이 맞지 않는 현상도 있었다. (제공: 제보자 S씨) ⓒ천지일보(뉴스천지)
▲ S씨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신차에는 뒷좌석 문의 외관에 먼지밥이 들어갔다가 빠져 울퉁불퉁하게 올라온 도장 불량이 모습도 보였다. (제공: 제보자 S씨) ⓒ천지일보(뉴스천지)
▲ S씨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신차 트렁크 쪽에는 경첩 부분에는 부식 흔적도 있었다. (제공: 제보자 S씨)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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