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기철기념사업회가 15일 한·일 신학자를 초청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 주기철 목사의 신앙을 재조명하는 한일 컨퍼런스를 개최한 가운데 발제자로 나선 노데라 히로부미 박사(왼쪽)와 이화여대 양현혜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저항 운동 의미 재조명
“신앙 위해서였지만 정치·역사성도 무시할 수 없어”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됐다. 주기철기념사업회가 15일 한·일 신학자를 초청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일 컨퍼런스를 개최한 가운데 의미심장한 선언문이 발표됐다.

선언문에서는 “일본은 국수주의의 부활과 함께 다시 천황숭배의 망령이 다시 강력하게 일어나 군국주의로 나가려고 하고 있다”며 “중국은 과거 중화질서를 회복해 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하는 한편 여전히 무신론을 공식입장으로 하면서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고 있다. 북한은 일제 천황숭배와 유사한 주체사상을 강요해 또 다른 종교권력으로 화하고 있다”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를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 가운데 한국 기독교는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며 “거짓 종교 세력으로서 아시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위험한 흐름을 경계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세속에 물들어 신앙의 본질을 잃어버린 한국교회에 강력한 회개와 철저한 변화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영화 일사각오로 본 신사참배 저항운동의 의의’를 주제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는 영화 ‘일사각오’로 올봄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굴복한 한국교회의 과거사를 되짚어보게 한 주기철 목사의 신앙이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18일 영화 재개봉을 앞두고 한일 신학자가 주 목사의 신앙을 재조명했다.

▲ 주기철기념사업회가 15일 한·일 신학자를 초청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 주기철 목사를 재조명하는 한일 컨퍼런스를 개최한 가운데 노데라 히로부미 박사가 발제하고 있다.(오른쪽에서 두 번째) ⓒ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람을 신격화해 천황신으로 모시던 일제에 맞서 신사참배에 끝까지 굴복하지 않은 주 목사의 신앙은 다양한 시각으로 평가됐다. 그의 신사참배 반대 의지는 개인의 신앙에 국한되지 않고 국민적인 저항운동에 큰 영향을 줬다는 등 거시적인 평가도 함께 이뤄졌다.

주기철 목사의 신앙에 대해 수년간 연구해온 노데라 히로부미 박사(성서교회 목사)가 일본 신학자 입장으로 나와 주 목사의 신앙에 가치를 부여했다. 노데라 히로부미 박사는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에 대한 저항은 (일제에) 국체를 근저로부터 흔들 정도의 최대의 위협이 됐다”며 “주기철 목사와 일제는 각각 존망을 걸고 격돌했다”고 평가했다.

그가 주기철 목사를 이처럼 거창하게 평가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당시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것은 전쟁 협력을 거부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히로부미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신사참배 반대는 곧 신사참배로써 조선을 황국신민화해 이들을 전쟁 병기로 사용하려는 일제에 대해 반역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당시 일본의 국력으로는 어중간한 동원으로는 전세가 어려웠고 국가가 총력을 다해 총동원 체제로 전쟁에 나서야 했던 만큼, 신사참배는 국가의 존망을 건 일대 행사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히로부미 목사는 주 목사의 아내인 오정모 사모가 “주기철 목사는 항일투사가 아닙니다. 일본에 저항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도 “그러한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일제 입장에서 보면 신사참배에 대한 저항은 국책에 대한 저항이라고 이해됐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신사참배를 부정한 외국인 선교사들은 일제 군으로부터 스파이 취급을 당했다. 군은 이들을 배일사상을 주입해 민족의식을 고양시키는 공작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발제에서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저항이 갖는 의의에 대해 ▲하나님 말씀을 지키기 위해서 ▲한국교회를 개혁하기 위해서 ▲국가를 개혁하기 위해서 시도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히로부미 박사는 이번 발제에서 일본의 현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제 일본의 정치 상황은 위험하다”며 “다시 국가 신도가 부활해 전쟁이 시작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가 맡아야 할 책임은 올바른 진리를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 윤경로 교수도 주제 논찬을 통해 “주기철 목사의 신사참배 거부 행위는 민족의식의 발로보다 순수한 신앙행위로 보는 것이 옳다”며 “그는 하나님을 향한 절대 신앙의 소유자였다”고 확언했다. 그러면서도 윤 교수는 “그의 신사참배 거부행위를 전적인 신앙행위라면서 민족정신 및 민족의식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한다면 이 또한 바른 이해와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며 주 목사의 신사참배 반대가 갖는 정치·역사성을 역설했다. 이에 윤 교수는 “주 목사가 실천한 일사각오의 신사참배 거부 행위는 개인적 신앙행위를 뛰어넘은 정치행위이자 역사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양현혜 교수는 신사참배 저항운동을 주기철 목사 개인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와 신사참배의 관계로 시각을 확대해 분석했다. ‘일본의 신사참배강요의 역사적 정치적 배경과 항일투쟁’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양 교수는 한국교회가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에 대해 굴복하고, 해방 이후에도 역사‧사상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청산을 해내지 못했다며 한계성을 지적했다.

양 교수는 “신사참배 거부자들의 신앙적 헌신과 순교자적 열정을 계승하면서도 복음이 가진 정치 사회적 의미를 복원해 개인 윤리 뿐 아니라 국가, 사회, 민족 정체성, 국제 정치, 전쟁 등에 대한 기독교적 사회 윤리를 총체적으로 전망하고 실천하는 것이 오늘날을 사는 기독교인들의 몫”이라고 조언했다.
 

▲  주기철기념사업회가 15일 한·일 신학자를 초청해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일제강점기 신사참배에 굴복하지 않고 저항한 주기철 목사를 재조명하는 한일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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