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최근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중국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일본의 엔저로 인한 가격경쟁력 확보로 신(新)넛크래커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미래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소프트웨어산업 발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이 많다. 정부도 그동안 90년대부터 쌓아온 세계 최고의 ICT 역량을 바탕으로 ‘SW중심사회 실현전략’ ‘K-ICT 전략’ 등을 통해 SW,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분야 등을 키워오면서 지능정보산업의 발전 기반을 다져왔다. 또한 최근에는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으로 소프트웨어(SW)를 7개 유망서비스 중 하나로 집중 육성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15 소프트웨어 산업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W시장(패키지SW+IT서비스)은 113억 달러(12조 8000억원)를 기록,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2014년부터 연 평균 3.2% 성장, 2019년에 130억 달러(14조 7500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국내 SW시장 성장률은 세계 SW시장보다 낮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SW시장은 2014년부터 연평균 4.4%씩 성장해 2019년 1조 3419억 달러(약 1500조원)에 이른다. 2017년(4.5%), 2018년(4.6%), 2019년(4.7%) 등 해마다 조금씩 성장한다. 반면에 국내 SW시장은 2017년(3.3%), 2018년(3.1%), 2019년(2.9%) 등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SW시장 규모도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 SW시장 규모 1위는 미국으로, 전체 SW시장에서 41.8% 비율을 차지했다. 그 뒤를 영국(7.3%), 일본(6.9%), 독일(5.9%), 프랑스(4.3%)가 이었다. 한국(1.0%)은 조사 대상 20개 국가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SW 가운데 지난 2014년부터 정부가 주창한 ‘SW중심사회’ 전략의 중심에 패키지SW가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패키지SW 분야에선 여전히 외국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지난해 정보기술(IT)서비스는 7%, 게임은 9.6% 성장했으나 국내 패키지SW 생산액은 최근 5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지난해 패키지SW 수출액도 5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대표 패키지SW 제품인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에서 국내 기업의 비중은 9%로 2013년 10%에서 2년 만에 다시 하락했다.

SW가 없는 4차 산업혁명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의 발전을 위해서는 SW산업발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정책수립이 요구된다. 정부 정책의 실효성 확보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수차례 발표한 SW 제값받기 정책도 민간 시장에 앞서 공공 시장부터 정착시켜야 한다. 아직도 일부 외산 제품은 해외 지역보다 국내 판매가격이 3배 이상 비싸고 유지보수 요율은 22%인 반면에 국산은 8∼10%로 낮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국내 SW시장의 경쟁이 치열하고 많은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낮은 가격과 요율은 제살 깎아먹기이다. 또한 정부는 SW업계가 원하는 SW개발에 소요되는 충분한 예산(Cost) 확보, 명확한 요구사항(Requirement)을 제공해 개발 도중 추가·변경으로 인한 비용증가 방지, 충분한 개발기간(Time) 보장이 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적정 개발기간(Time)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단년도 계약 방식을 국방사업처럼 2년 이상 장기계속 계약으로 변경해 충분한 개발기간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국내 SW업계가 좁은 시장을 벗어나 수출 확대전략에도 매진해야 한다. 국내 SW 기업 중 해외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기업은 네이버뿐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에 집중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지난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4140억원)는 전년 대비 26.6% 증가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21.8%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빅데이터 시장 규모(1527억원)는 전년도보다 28.5% 성장했다. 시장은 2019년까지 연평균 24.7%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국내 SW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해외진출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업계도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포켓몬 고’처럼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다는 정신으로 도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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