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신임대표의 취임 일성은 계파주의 청산과 화합이었다. 이 대표는 한때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할 만큼 당내 친박계 가운데서도 핵심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이 대표가 강한 톤으로 계파주의 청산을 언급한 것은 비록 선언적이라 할지라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스스로 친박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사실상 친박계의 몰표를 받았다. 따라서 그의 말과 행동이 충돌하고 있음을 본다. 진단과 반성 없이 선언만 해버린 셈이다. 진정성이 없다.
이 대표는 당내 화합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 참패로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었던 새누리당이 이제 막 정상적인 지도부를 구성하고 이정현 대표체제를 구축했다. 따라서 이런 시점에서 당 대표로서 당내 화합과 통합을 외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내 화합과 통합 없이는 뭐든 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합과 통합이 자칫 ‘친박 패권주의’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대표가 말한 화합과 통합이 결국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제시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정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의’가 될 수 없으며, 여당으로서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지금 이 대표가 뭔가 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기존의 ‘친박 패권주의’의 논리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굴종하고, 대통령 뜻대로 가는 것이 여당이라면 그런 여당이 굳이 입법부에 있을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여당이기 이전에 입법부의 일원이요, 그들 또한 국민의 대표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 뜻대로’가 새누리당 지도부의 새로운 좌표라면 앞으로 그런 여당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총선 민심을 벌써 망각한 것인가. 일각에서 말하는 청와대의 ‘여의도 출장소’라는 쓴소리를 아직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정현 대표는 첫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최고위원들의 논쟁을 사실상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와 원내대표의 발언 외에는 비공개로 하고 내부에서 정제된 얘기만 대변인을 통해 공개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원칙을 뿌리째 흔드는 독선에 다름 아니다. 명색이 집권당 최고위원회의마저 이견을 차단하기 위해 비공개로 하겠다면 그런 최고위원회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봉숭아 학당’이 두려워 입을 막겠다는 것일까. 과연 이런 모습이 새누리당의 변화된 모습이며 이 대표가 추구했던 새로운 가치란 말인가. 기대와는 달리 이정현 대표체제의 출발부터 몹시 불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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