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군사평론가/한국군사과학포럼대표

 

최근 유명 재벌가 3세 기업인들의 갑질 논란에 이어, 청와대 민정수석의 병역면탈 의혹, 아들의 복무관련 특혜의혹 보도로 새삼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가 민정수석의 경우라 더욱 그러하다. 중요한 위치의 엘리트 공직자이자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으면 국민통합을 해치게 된다. 지나치면 국가안보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선진화된 사회란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 수준에 따라 좌우 된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요즘 미국 사회의 기부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유 지분의 거의 전부인 52조 원의 거액을 기부한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등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혹자는 이를 기부를 가장한 절세, 경영권 이양의 방편이라 꼬집지만 우리와는 다른 것이 사실이다. 워렌 버핏은 기부금 중 1조 7천억 원을 빌 게이츠 자선재단에 기부했으며, 그들 모두 사재를 털어 기부하고 자신이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굳이 넘겨주려 않아서 그렇다.

다른 예도 있다.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 장성의 아들만도 142명이었다. 밴 플리트, 워커, 클라크 대장 등 최고위 장군 아들들도 거기에 있었다. 모친을 설득하고 탄원서까지 써가며 참전을 감행한 밴 플리트 중위, 그는 서해에서 실종되어 못내 조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명보다 중히 여기는 선진사회 지도층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부터 오며 왜 그럴까? 병역의무를 대하는 인기연예인, 운동선수를 포함 지도층 인사들의 병역에 임하는 실상을 보면 답이 나온다. 문제의 중심에 합법적 면탈과 병역특혜가 있어 하는 말이다. 이런 저런 건강상 문제로 입대 못하는 지도층 자제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외국 영주권자로 지내다 소집면제 받을 나이인 38세를 넘겨 슬그머니 귀국해 국적을 취득하기도 한다. 이들의 병역면제 비율은 일반 서민들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국회 인사청문회 때만 되면 병역문제가 항상 도마에 오르지 않는가. 정전체제의 분단국가로선 부끄러울 따름이다. 솔선해야 할 지도층의 병역의무가 외면 받고 있어 그렇다. 핵으로 무장한 100만의 적과 겨눠야 할 최전선, 누구보고 지키라는 것인가.

사회 지도층부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정상적인 기부문화를 만들고 현역 입대와 같은 기본의무를 실천하는 데 솔선해야 한다. 누리고 사는 만큼 가진 것을 나누어 쓰고, 전선을 앞서 지키겠다는 성숙한 지도층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으로부터 잃었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다.

국방연구원 재직 시의 일이다. 팀 일원이던 청년인턴 가족의 스토리다. 병역면탈 문제를 다룬 필자의 칼럼을 읽은 인턴이 전한 남동생의 입대경위다. 미국에서 장기간 공부하다 귀국한 동생이 군 입대를 위해 심장수술을 두 번 받았다는 얘기다. 대한민국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차제에 더 이상 군가산점 준다고 시비 걸지 말자. 훈련하고 작전하다 지뢰를 밟아 발목 잘리고, 목숨을 잃는 곳에 근무하는 아들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다. 그들 모두를 영웅으로 대우할 수 있어야 올바른 사회다. 그래야 군 사기가 올라가고 전투력도 배가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사회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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