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10일 서울 중구 한 아파트의 창문들이 폭염임에도 불구하고 열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한전 상대 소송 계속 늘어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누진제 폐지를 둘러싼 정부의 해명이 오히려 비난 여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며 누진제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국민적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서 “다만, 에어컨을 두 대씩 사용하거나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이상 가동하면 요금을 20만원가량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용 요금 전체의 원가를 그대로 둔 채 누진제만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긴다”고도 했다.

이 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시민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법무법인 인강은 10일 “부당한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거둔 이득을 돌려달라며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시민들이 1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소송 청구금액은 최저 6610원에서 최고 418만 5548원이다.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전기세 누진세를 폐지하자’라는 청원에는 10일 오후 2시 현재 8만 3791명(83% 달성)이 서명했다.

아이디 ‘for****’는 “누진세는 누구를 위한 법안인가. 국민 누구도 누진세를 찬성한 적도, 합의한 적도 없는 국가의 독단적인 결정 아니든가”라며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부가 아니면 폐지하라, 이게 맞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누진제 비난 여론을 부채질하는 것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전이 누진제 폐지 여론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발전자회사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이날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4조 4300억원의 영업이익(개별재무제표)을, 자회사인 수력원자력은 3조 7900억원(연결재무제표)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남동발전 등 나머지 발전자회사도 각각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전이 발전자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구매할 때 적용하는 정산조정계수를 높임으로써 한전 개별 영업이익은 줄이고 발전 자회사의 영업이익은 크게 증가시켰다”며 “누진제를 포함한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여론 악화를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누진제 탓에 에어컨조차 맘대로 켜지 못하는 시민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양모(48, 남)씨는 “지금 같은 무더위에는 에어컨을 꼭 틀어야 하는데, 전기요금 때문에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서 “누진제가 가정집에 큰 부담감을 안기고 있다.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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