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화물이 있는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환율쇼크’로 인해 막대한 환차손(환율변동에 따른 손해)이 발생하고 전체적인 수출도 감소할 수박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5.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해 5월 22일(종가 기준 1090.1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제조업체는 환율이 100원 떨어지면 분기 영업이익이 수천억 원 날아갈 정도로 타격이 크다. 원화가치 상승은 달러화 표시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된다.

가득이나 수출관련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적인 수출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분기에 3천억원 상당의 환차손을 봤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환율이 3~4% 내리면 원화 매출 기준으로 1000억원 전후의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수출이 장기 불황을 겪고 있어 ‘환율 쇼크’는 산업계 전반에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 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국내 공장에서 제조해 수출하는 자동차의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익성을 포기하고 가격을 유지하거나 판매대수를 포기하고 가격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는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엔화의 움직임도 주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원화가 엔화보다 약세를 유지하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조선업계는 일단 관망하는 자세다.

조선업계는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서 환 헤지를 하고 있어 환율 변동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대금이 들어오는 시점의 환율을 고정해놓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면서도 이미 해외 수주 가뭄으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지면 수주 전망도 그만큼 어두워지지는 않을지 우려하며 지켜보는 분위기다.

반면 업종 특성상 외화 빚이 많은 항공업계는 원·달러 환율 하락을 반기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외화부채가 96억 달러 규모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 장부상으로 960억원의 평가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내국인의 여행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항공수요 확대로 이어진다.

해운업계도 운임 수입뿐만 아니라 비용 지출이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져 환율 변동에 영향을 받는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원화 표시 매출 감소와 원가율 상승으로 영업수익성이 하락하지만 외화부채의 원화표시 금액 감소로 환산이익이 발생해 영업외수지는 개선된다.

이처럼 수입과 비용이 모두 감소하기 때문에 변동폭이 매우 크지 않는 한 순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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