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펼쳤다. (연합뉴스)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경인년 백호의 기운을 잔뜩 받은 한국은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동계올림픽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저력을 각인시켰다.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와 1000m에서 각각 금, 은을 딴 모태범은 한국 빙속의 금메달 갈증을 해결해줬고, 이상화는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됐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한국은 빙속의 꽃인 남녀 500m를 동시 석권하는 최초의 나라가 됐다.

한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승훈이 아시아 선수 최초로 빙속 50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1만m마저 금메달로 정복했다. 스벤 크라머(네덜란드)가 실격당하는 행운이 따르긴 했지만 쇼트에서 빙속 선수로 전향해 1년도 채 안 된 경력으로 이 같은 성과를 보여 세계를 주목시켰다. 특히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외국선수가 이승훈을 어깨 위로 무등을 태워 1등으로 치켜세웠던 장면은 국민들의 가슴까지 시원케 했다.

다음으로는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78.50)과 프리스케이팅(150.06) 그리고 합계점수(228.56)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에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빙상 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가 됐다. 김연아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부터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 선수권, 그랑프리 대회, 올림픽까지 연속으로 모두 석권하면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해 전설적인 피겨계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일본이 확실한 금메달 후보로 내세웠던 나가시마 게이치로와 가토 조지는 빙속 500m에서 모태범에 막혀 각각 은, 동에 그쳤다. 여자 피겨 싱글에서도 일본이 기대했던 아사다 마오를 김연아가 따돌리는 등 중요한 메달이 걸린 한일전에서 모두 승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일본은 이로 인해 노골드에 그치며 한국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봐야만 했다. 반면 한국 선수들은 일장기 위에 두 번이나 태극기를 올리고 애국가를 울리게 해 국민들의 마음을 통쾌하게 했다.

하지만 안타까운 장면도 있었다. 여자 쇼트트랙 계주에서는 중국보다 먼저 결승점에 들어왔으나 제임스 휴이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당하면서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이어온 5연패 달성이 무산됐다.

휴이시 심판은 2002년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속아 김동성에게 실격을 주면서 금메달을 넘겨준 장본인으로 ‘솔트레이크 악몽’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기도 했다.

남자 쇼트트랙에서는 이정수와 이호석, 성시백, 곽윤기의 활약에 힘입어 남자 계주에서 막판 4위에서 2위로 골인하며 한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스노보드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출전권을 따내 경기에 참가했던 김호준은 8위의 성적으로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밖에도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메달 여부를 떠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스키점프를 비롯해 루지, 스켈레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스키 등에 참여한 선수들이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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