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 등에 관한 지역 민심을 청취하고 또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들과 면담을 가졌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다수 여론도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박 대통령이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이 늦긴 했지만 논란이 커지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지역 민심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일단 반길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언행은 그 의미와 상징성이 큰 만큼 시간과 장소를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국민적 신뢰와 공감을 얻어 내는 데는 특정한 메시지 못지않게 시간과 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의도하지 않았던 오해와 불필요한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청와대 회동은 몇 가지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먼저 사드 배치에 분노하고 있는 지역 민심을 듣겠다는 자리가 왜 청와대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성주에서는 매일같이 시위와 집회의 연속이다. 그 현장의 목소리를 왜 청와대에서 듣겠다는 것일까. 게다가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들과 만났다. 이들은 실질적으로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이 아닌가. 그럼에도 이들을 청와대로 불러서 지역 민심을 듣겠다는 것은 그 취지마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이 직접 성주로 가서 군민들과 만났어야 했다. 거기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 단체장도 만나고 또 지역 대표를 만나서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보여줬어야 했다. 이것이 지역 민심을 경청하는 원칙이다.

그리고 시점도 논란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불과 닷새 앞두고 굳이 새누리당 소속 대구·경북(TK) 지역 초·재선 의원들을 만났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물론 청와대 측은 새누리당 전당대회와는 전혀 무관한 국가안위에 관한 국정수행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박 대통령의 이번 청와대 회동을 새누리당 대표 경선과 연관해서 이해하고 싶지 않다. 그럴 필요가 없을 뿐더러 그 효과조차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주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그대로 여론에 전달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전하는 것이다. 괜한 오해나 소모적 논란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청와대 면담 자리는 사전에 좀 더 면밀하고 진정성 있는 준비가 필요했다. 대통령이 어렵게 마련한 자리가 이렇다 할 결실은커녕 또 다른 오해와 불신으로 이어진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쪽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