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무관심이 부른 참사.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괜찮겠지”라는 안일함이 부른 비극. 늘 있어왔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 부쩍 무관심과 안일함이 부른 사건, 사고로 인해 대한민국이 긴장하고 있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서 4살 어린이가 통학버스 안에 8시간 가까이 방치돼 의식을 잃은 사건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안일함이 부른 비극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9일은 낮 최고 기온이 35.3도를 기록하면서 폭염주의 긴급 재난 문자가 전달된 날이기도 했다. 그 뙤약볕 아래 4살 어린이가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공포에 떨었을 것을 생각하니 어른으로서 죄스런 마음이 먼저 든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까. 아이가 발견됐을 당시 체온이 41.6도였다고 하니 그 고통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의식을 되찾는다고 해도 장기 손상과 뇌 후유증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하니,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어른들의 안일함이 부른 대가가 너무도 크다. 아이들이 출석했는지 등원체크만 했었어도, 통학버스 운영 매뉴얼에 명시된 ‘운행 종료 후에는 차 안을 맨 뒷좌석까지 반드시 확인하여 어린이 혼자 통학버스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만 지켰어도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터다.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라는 안일함과 혹시라도 일어날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몸을 조금 더 움직이는 것이 귀찮음으로 다가왔을 어른들이 빚어낸 참극은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허나 이보다 더 비극적인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돼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부산 해운대서 일어난 교통사고도 안일함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극이다. 멈춤 신호에도 불구하고 시속 120㎞로 질주해 일어난 이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해자는 이미 충돌 500m 전부터 정신을 잃었다고 진술했으며, 뇌전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뇌전증에 따른 약을 5알씩 하루 두 차례 복용해야 함에도 가해자 김모씨는 사고 당일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며, 무엇보다 이 사고가 있기 전에도 차량이 보행로를 타고 올라가는 등의 사고를 낸 전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운전면허 제도의 문제점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뇌전증 등 뇌질환 환자들에게 운전면허를 준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독일의 경우 개인병력을 면허 발급기관과 병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면허를 일단 보류하고, 정밀감정해 부적격자를 가려내고 있다. 혹시라도 발생하게 될 사고에 대한 예방법이다.

이번 해운대 교통사고의 가해자는 자신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존에도 비슷한 사고를 낸 적이 있었으면서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타인을 생각할 줄 모르는 이기심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또한 “괜찮겠지”라는 안전 불감증이 불러온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이기적인 행동과 안일함이 불러온 참혹한 현실. 그 어떤 이유로도 가해자가 운전대를 잡은 것을 정당화해서도, 뇌전증이라는 질병이 이 사건에 있어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단이 돼서도 안 될 것이다.

사람의 안일함과 나태함, 안전 불감증이 가져오는 비극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사람들에게 신체적 상해를 입히는 것만이 위해를 가하는 것이 아니다. 정신적인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주는 것 또한 자신만 아는 이기심에서 나온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아파트 단지 내에 울타리가 생기는가 하면, 역세권 프리미엄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 사이에 철조망이 쳐지기도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아도 임대 아파트와 매매 아파트에 사는 입주민들을 차별하기도 한다.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은 놀이터를 사용할 수 없고, 어르신들도 경로당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조금 더 가진 자가 부리는 횡포.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한 것으로 둔갑시키고 있지만, 이기심과 허영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이성과 상식, 다른 이들과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자신만이 전부인 것 마냥 살아간다면 이미 사람이길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음을 알아야 한다.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이기심과 괜찮을 것이라는 안일함이 만연한 세상을 보니, 61억 킬로미터 거리에서 보이저1호가 촬영한 지구의 사진을 보며 칼 세이건 박사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전략) 지구는 우주라는 광활한 곳에 있는 너무나 작은 무대이다. 승리와 영광이란 이름 아래, 이 작은 점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려고 했던 역사 속의 수많은 정복자들이 보여준 피의 역사를 생각해 보라. 이 작은 점의 한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이, 거의 구분할 수 없는 다른 모서리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는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중략) 우리의 작은 세계를 찍은 이 사진보다, 우리의 오만함을 쉽게 보여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소중하게 다루고,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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