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성모마리아 성당에서 열린 미사에 이슬람 전통 의상을 차려 입은 이맘과 무슬림들이 참석하고 있다. 이날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많은 성당들에서 무슬림들이 종교 간 대립이 아니라 종교 간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가톨릭 미사에 동참했다. (출처: 뉴시스)

도발하는 IS vs 더욱 뭉치는 유럽 종교계

IS “십자가 파괴하라” 자극
자체 선전지 ‘다비크’로 홍보

종교계, 오히려 똘똘 뭉쳐
유럽 가톨릭·무슬림 손잡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프랑스 소도시의 성당에서 벌어진 성직자 테러 참극 이후 유럽 종교계의 흐름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양상으로 갈라지고 있다. 종교를 이용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이슬람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따르는 세력들은 교황까지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며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와중에 이를 반대하는 다른 종교계들은 오히려 하나로 더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IS의 극단적인 폭력성은 하나가 되지 못했던 종교들이 ‘평화’를 위해 손잡을 수 있도록 도리어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를 방증하듯 프랑스 루앙 대성당에서 가톨릭 신자 2000명과 무슬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IS를 추종하는 십대 청년에게 살해당한 자크 아멜 신부 추모 합동 미사가 열렸다. 가톨릭 미사에 무슬림들이 참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슬람 교리에 따르면 사실 무슬림이 가톨릭 행사에 참석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렇다 할 교류를 하지 않았던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루앙 대성당은 자크 아멜 신부가 살해를 당한 테러가 벌어진 생테티엔 뒤 루브래 성당과 7㎞정도 거리에 있다. 이날 독일 뮌헨의 성모교회에서도 지난달 22일 쇼핑몰 총기 난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식이 열린 가운데 기독교도와 무슬림이 함께 참석했다.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마리아 트라스테베레 성당에서 거행된 미사에도 무슬림이 동석했다. AFP AP 등 다수 외신들은 가톨릭과 무슬림이 뜻을 모은 이번 미사들을 앞 다퉈 보도하며 큰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이러한 유럽 종교계의 행보는 IS의 위협적인 선전포고와는 대비된다. IS는 교황과 기독교를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는 등 이슬람-기독교 간 전쟁을 유도하듯 세계 종교인들을 계속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IS 선전 매체 통해 ‘기독교’ 자극

루앙 대성당에서 미사가 열린 날 IS는 자신들의 온라인 선전 매체인 ‘다비크’를 발간하고 자신들을 추종하는 자들을 향해 “십자가를 파괴하라” “기독교인을 공격하라”는 등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는 지시를 했다. IS는 테러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추종자들에 대해 종교적인 존경을 표하는 ‘순교’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종교적인 이유로 테러를 하는 것처럼 비춰지게 하고 있다. 아울러 IS는 “서방에 숨은 전사들은 지체 없이 기독교인을 공격하라”고 자극적인 지시를 이어가며 종교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특히 이 매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겨냥해 “(무슬림에 대해 적대적인 언사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선의라는 거짓된 베일 뒤에 무슬림 국가를 평정하려는 본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우리가 당신들을(기독교인) 싫어하는 이유, 그리고 당신들과 싸우는 이유’라는 별도 페이지를 통해 기독교인들에 대한 반감을 표했다.

이 글들이 실린 다비크의 메인 표지에는 ‘Break the cross(십자가를 파괴하라)’라는 표현과 함께 한 무슬림이 십자가 탑에 올라가 십자가를 부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이 실렸다. 잡지 내용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사진도 비방과 함께 실렸다.

다비크는 IS가 자신들을 선전하기 위해 시작해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영문 잡지다. 2014년 7월 5일 첫 발간됐으며 자신들의 테러에 대한 정당화 발언이나 테러 주동자들에 대한 인터뷰 등이 실린다. 잡지 이름 다비크는 이슬람 경전의 하나인 하디즈에 등장하는 지명이다. 하디즈에는 이슬람 군대가 로마 군대와 마지막 전투를 벌여 이곳에서 승리한다는 예언이 적혀 있다. 하디즈는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책으로 이슬람교에서는 코란 다음으로 중요한 경전으로 여기고 있다.

◆“모든 종교는 평화 원해”

반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폴란드 크라쿠프 방문 중 아멜 신부 테러 사건을 접한 후 “신부가 모든 교회를 위한 기도를 하려는 순간 살해됐다”며 “세계는 평화를 잃어버려 전쟁 중에 있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전쟁을 말할 때 종교가 아닌 이익과 돈, 자원을 둘러싼 전쟁을 말하는 것”이라며 “모든 종교는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하는 것은 종교의 전쟁이 아니다. 종교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다른 것들(세력들)이 전쟁을 원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IS에 대항한다는 목적 아래 유럽 종교계와 국민들은 더욱 하나가 되는 분위기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성당 테러 직후 “가톨릭이 공격당했으나 프랑스 대중 모두와 관계있는 일”이라며 “누구도 찢을 수 없는 단단한 블록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 같은 올랑드 대통령의 발언은 프랑스 국민의 종교구성을 살펴보면 이해를 도울 수 있다.

외교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은 69%가 가톨릭을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일상에서 가톨릭 교리를 준수하고 지속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는 인구는 약 10%로 보고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거쳐 가톨릭은 프랑스 종교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구교와 신교의 대립의 역사를 넘어 현재 프랑스는 공화국의 전통에 따라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황과 정부가 맺은 화친조약이 일부 유효해 정부가 성직자의 보수 및 교회 운영비 등을 부담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무슬림 비율도 크다. 1980년 이후 급증해 약 600만명으로 추산되는 등 교세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개신교가 100만명, 유대교 55만명, 불교 40만명 등 종교 구성 비율을 갖고 있다.

프랑스 가톨릭과 무슬림의 화합은 곧 자국 내 종교 간 화합을 상징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 곳곳에서 가톨릭과 무슬림이 한자리에 모여 희생자 추모의식을 통해 마음을 모으는 현상은 결국 IS의 종교 분열 전략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이슬람교 최영길 이사장은 “IS는 이슬람이라고 할 수도 없다. 다만 분열을 조장해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IS, 즉 ‘악’에 대항한다는 목적으로 종교가 하나가 되고 똘똘 뭉쳐가고 있다는 점은 아주 긍정적이고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서로가 이해하고 교류하며 방문하는 것은 쉬운 것도 아니지만 또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며 “모든 종교가 서로 참여하는 일은 창조주의 동일한 목적 즉, 서로가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목적을 이루는 실천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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