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이규혁이 지난 23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공항에서 귀국에 앞서 김관규 감독과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큰 기대를 모았던 이규혁(32)의 4전5기 올림픽 메달 도전은 아쉽게 실패로 끝났지만, 아무도 그를 패배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모태범과 이상화, 이승훈 등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준 숨은 공로자였다.

이규혁은 20년 가까이 꿋꿋하게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자리를 지키며 후배들에게 기술이나 여러 가지 조언 등을 전해 줬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한국 빙속의 간판으로 군림하면서도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다.

13세인 1991년부터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규혁은 1996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500m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달성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이규혁은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했고, 가장 최근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에서는 통산 3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하며 녹록치 않은 기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토리노 대회까지 4회 연속 출전했으나, 번번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절치부심 끝에 다시 도전한 토리노 대회에서는 그의 생애 가장 아쉬운 순간이었다. 1000m에서 3위와 0.05초 차이로 4위에 머물면서 또 다시 올림픽과 인연을 맺지 못했고, 후배 이강석이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는 모습을 대신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규혁은 포기하지 않았다. 빙속 선수로는 환갑에 가까운 32세에 다시 올림픽 메달 도전에 나섰다.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열린 지난 1월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 이규혁은 이상화와 함께 남녀 동반 종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밴쿠버 올림픽이 시작되자 행운의 여신은 또다시 이규혁을 외면하고 말았다. 500m에서 15위, 자신의 주종목인 1000m에서 9위를 기록한 것. 이규혁은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한편, 대신 메달을 따낸 후배들을 위안으로 삼았다.

비록 그의 마지막 메달 도전은 무위로 끝났지만, 오랫동안 한국 빙속을 이끌며 이번 대회 놀라운 성적이 있기까지 터전을 마련해 왔던 그의 활약에 팬들은 그를 진정한 챔피언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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