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임태경 기자]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석 달 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반기 들어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불확실성으로 수출 시장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회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6월 경상수지는 121억 7000만 달러 흑자를 내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5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그러나 수출보다는 수입 감소 폭이 커지면서 나타난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그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8월 수출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촉발된 각국의 보호무역 정책 추진으로 수출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다.

◆불황형 흑자… 환율절상 압박으로

지난달 수출은 41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 감소했다. 이는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으로,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장기 감소 기록이다.

연초 18%대까지 감소했던 수출이 6월에는 그 폭을 -2.7%까지 줄이면서 플러스 성장의 기대를 보였지만 다시 두 자릿수로 악화됐다. 수출이 감소한 데는 세계적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제품의 수출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수출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산업부 관계자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세계 경제․교역 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신흥국 경기침체 지속, 브렉시트 여파 등 불확실성 요인도 확대되고 있어 향후 수출 회복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하락 속에서도 월간 경상수지는 흑자를 이어갔다. 상품·서비스를 종합한 6월 경상수지 흑자는 121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월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로는 사상 최대이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2013년 3월 이후 52개월 연속 최장기간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하자만 경상수지 흑자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활력을 잃은 상태에서 수입 감소 폭이 수출보다 커서 나타난 흑자는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한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에서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흑자가 지속되면 국제사회로부터 원화절상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대미 수출국 가운데 자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지난 4월 미국 재무부는 한국을 환율조작 여부에 대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다행히 ‘환율조작국’ 지정은 없었으나 대미(對美) 무역 흑자국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는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에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기존 무역협정에 대한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미국의 통상 환경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대미 무역 흑자규모가 큰 한국에 원화가치의 평가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中·美 수출 감소… 환율 변동도 복병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이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은 하반기 수출 회복에 최대 걸림돌이다. 대(對)중 수출은 지난해 7월 -6.5%를 시작으로 1년째 마이너스 기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對)미 수출 감소율은 최근 40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았다.

7월 중국 수출은 -9.4%를 기록, 3개월 연속 -9%대 부진이 이어졌고, 미국 수출은 자동차·철강의 부진으로 -14.3%를 기록해 올해 최저치를 보였다. 글로벌 수요부진과 미·중의 경기 불확실성으로 수출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경기 회복이 지체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라는 복병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한국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회복세가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무역 마찰 등 하반기 리스크 요인은 수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국내 사드 배치가 양국 간 통상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이 중국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긴밀히 유지하고 정부 간 충분한 조율과 타협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 하락도 하반기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1년 1개월 만에 달러당 11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부진 여파로 원·달 환율이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고 저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는 조업일수 회복으로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환율 하락이 장기화한다면 수출 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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