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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연합뉴스) 오수희 기자 =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李完用)이 한일병탄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일본 고위 관료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비명(碑銘)이 일본 대마도(對馬島.쓰시마)에서 발견됐다.

이완용의 친일 매국 행각 잔재가 우리나라에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연합뉴스가 쓰시마 전문 여행사인 발해투어의 도움을 받아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시 이즈하라에 있는 코쿠분지(國分寺) 뒤 공동묘지 최정상에 있는 고쿠분쇼타로(國分象太郞)의 묘를 지난 26일 직접 방문해 확인했다.

이 묘비 전면 중앙에는 큰 글씨체의 '從三位勳一等國分象太郞之墓(종삼위훈일등국분상태랑지묘)'와 왼쪽 아래에는 '侯爵 李完用 書(후작 이완용 쓰다)'라고 쓰인 비명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완용이 한일병탄에 깊숙이 관여해 우리 민족의 원흉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고쿠분쇼타로의 죽음을 애도하며 비명까지 써 준 것이다.

이즈하라 출신인 고쿠분쇼타로는 조선어 실력이 탁월해 을사늑약과 한일병합 조약문 초안을 작성했다. 특히 한일병탄 때는 조선 왕족과 관리들을 협박하고 일본 측 의사를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완용과 고쿠분쇼타로는 한일관계 역사책인 '해행총재'를 간행하면서 긴밀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완용이 고쿠분쇼타로의 죽음을 애도하며 비명을 써줬다는 사실은 1984년 쓰시마향토연구회가 펴낸 대마풍토기(對馬風土記)에도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대마도 박사'로 통하는 황백현 발해투어 대표(문학박사)가 지난해 말 처음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조선의 운명을 손아귀에 넣고 조선을 식민지배에 빠트리는데 앞장선 일제 관료가 죽었을 때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도 이완용은 오직 자신의 출세를 위해 비명까지 써줘가며 조국을 팔아먹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여서 대마도 역사탐방투어에 반드시 포함시켜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규 한국일본근대학회 회장(동의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은 "당시 정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완용이 직접 쓴 비명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 비명은 이완용이 일제와 얼마나 친밀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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