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한국은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대 성적을 올리며 메달레이스를 마감했지만 마지막 날까지 기적은 멈추지 않았다.

`한국판 쿨러닝'으로 불리는 봅슬레이 대표팀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4인승 경기에서 3차 시기까지 19위를 기록, 20위까지 올라가는 결선 레이스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보다 썰매 역사가 60년이나 긴 아시아의 라이벌 일본은 3차 시기에서 21위로 밀려나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은 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4차 레이스까지 펼치며 모든 경기를 완주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빙상에서는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지만 설상 종목에서는 모두 하위권으로 처진 가운데 봅슬레이의 19위는 휘슬러 지역에서 올린 최고의 성적이자 하나의 업적이었다.

다른 설상 종목과 마찬가지로 봅슬레이 역시 국내 여건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혼자 썰매 종목을 개척해 온 강광배(37.강원도청)를 열외로 치더라도 김정수(29.강원도청)는 역도선수 출신이고 이진희(26.강릉대)는 3년 전까지 창던지기 선수였다.

또 팀의 막내인 김동현(23.연세대)는 지난 해 대표선수 후보 선발전에서 뽑힌 일반인 출신으로 봅슬레이 경력이 만 1년에 불과하다.

이런 선수들이 한 팀을 이뤄 올림픽 출전 티켓을 획득했을 뿐만 아니라 20팀이 넘는 일본을 꺾고 결선 레이스까지 오른 것은 기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파일럿인 강광배는 "이번 대회에서 첫 번째 목표는 일본을 이기는 것이었고 두번째 목표는 20위 이내에 들어 결선 레이스에 진출하는 것이었는데 두 가지 다 이루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여기까지 찾아 온 어머니와 아내를 보니 갑자기 눈물이 흐르더라. 그동안 훈련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목소리가 떨렸다.

국내에서 봅슬레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3년 강원도청에서 루지ㆍ스켈레톤ㆍ봅슬레이 팀을 창단한 뒤였다.

강광배는 "동계스포츠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김진선 지사의 지원속에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다"고 말한 뒤 "올 4월 평창에 스타트 훈련장이 완공되면 훈련 여건도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봅슬레이는 처음 참가한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제 시작이다"고 밝혔다.

올림픽에 4번씩이나 출전한 강광배는 "한국 봅슬레이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4년 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최초의 메달을 향해 질주할 것"이라고 굳은 각오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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