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기야 한여름인 8월에 접어들었고 절기상으로 중복을 지나 말복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니 대지도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다. 그래도 귓전을 울리는 매미소리가 청량감을 더해주기는 하나 찜통 같은 무더위는 막막한 생각이 들게 한다. 시원한 뉴스가 있을까 싶어서 들여다보니 정당의 대표 선출 이야기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국토론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분위기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그들만의 리그에 국민들의 관심이 없어서인지 과거에 보인 축제행사 같은 뜨거운 열기가 전혀 없다.

다섯 명이 출마한 새누리당 대표 후보들은 자신이 당선되면 당을 혁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너무나 당연한 결심은 뒷전이고, 토론장에서 이어지는 것은 여전히 친박과 비박 타령이다. 더민주당도 하등 다를 게 없다. 당대표에 출마한 3명 중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은 주류계인 친문(친 문재인)이고, 비주류는 이종걸 의원뿐이다. 이들 후보들이 전당대회에서 전략을 차별화한다고 했지만 흥행이 되지 않아 초반부터 김이 빠진 상태다.

무릇 전당대회에 나설 당대표 후보 같으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인 정당이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어떻게 하든 민생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발전전략을 내세워야 하건만 과거에 묻혀있다. 기자회견이나 토론회에서 한다는 게 2012년 대선 이야기다. 당시에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의 대선개입 논란에 대한 재조사와 특별법 제정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인 바, 이는 친문 핵심지지층의 마음을 파고들어 선거에서 유리하도록 하자는 것인데 착상이 진부하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무능 정권 심판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야당이 의정 단상에서 대정부질의를 통해 정부 실정을 꾸짖고 구체적인 과오에 대해 물고 늘어져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무방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현재 더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가 당의 간판으로서 당 운영에 문제가 있어 가동되는 비대위 체제다. 당 대표 선거에서 후보들이 잘못은 반성하지 않고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무능으로 몰고 가는 것은 다분히 의도성이 엿보인다.

야당이 정부 실정(失政)을 들추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7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박 정부의 지나온 3년 5개월간 실정(實情)에 대해서 많은 말들이 나돈다. 잘잘못에 대한 국민 반응은 국정여론조사에서 낱낱이 나타나고 있는바, 지난달 25일부터 5일간 여름휴가를 간 박 대통령에 대해 ‘휴가기간 중 여론조사’에서 국정 긍정평가는 31%로 가장 낮았다. 이 수치는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여름휴가 기간 중 2013년 여론조사 57%에서 거의 반타작한 수준이니 해가 갈수록 긍정평가는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부정평가는 특히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부터 수치가 높아졌다. 대개가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진원지가 돼 이후 계속되고 있지만 친박계 핵심인사들의 전횡(?)과도 무관하지가 않아 보인다. 또 부정평가의 근저에는 대통령의 ‘소통 미흡’이 한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특히 최근에는 민정수석에 대해 감싸기 발언이 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선을 넘는다는 것이니 국민여론은 ‘국정운영 잣대’라는 유의미성도 있다.

정치인 중에서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을 주장하는 인사들이 있다. 어차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수 의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남은 임기동안 국정을 차질 없이 잘 이끌어가려면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뜻에서다. 이 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총선백서에서도 대통령의 탈당이 언급된 적이 있기는 하다. 여름휴가를 마친 박 대통령이 하반기 국정운영을 어떻게 구상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야를 초월해 정치권을 두루 상대하면서 국가발전과 민생안정을 도모하는 것도 상책이라는 말도 나돈다.

그 생각을 하던 중 필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게 있다. 중국 충칭 임시정부청사 접견실에 걸려있는 박 대통령의 친필 휘호다. ‘선열들의 거룩한 뜻을 이어받아 자랑스러운 선진한국을 반드시 이루겠습니다. 2005. 5. 26. 대한민국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이 내용은 박 대통령이 정당 대표로 있던 당시, 중국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방문 때 쓴 내용인데, 그만큼 자랑스럽게 여기는 ‘선진한국’을 이루는 것이 박 대통령의 꿈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필자는 ‘선진한국’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선진(先進)은 ‘어느 한 분야에서 연령, 지위, 기량 따위가 앞섬.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지만 ‘선진한국’이라 함은 대한민국이 문물의 발전 단계나 진보 정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앞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선진한국 실현은 우리가 경제대국의 풍요로움 속에서 국민이 불평등 없이 저마다 행복한 삶을 구가(歐歌)하면서 나라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게 아닐까. 국민이라면 누구나 염원하는 영원한 가치이건만 아직도 선진한국은 요원한 상태니 더욱 안타까울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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