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연합뉴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6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장관급 전략대화를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방안을 비롯 한미동맹현황과 글로벌이슈 대처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는 2006년 1월 당시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 간에 처음 열린 이후 4년여만에 열린 것이다.

베이징.제3국서 북미회동 후 6자회담 直行

(서울=연합뉴스) 6자회담 재개 흐름 속에서 북.미 추가대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중.미간 숨가쁜 연쇄접촉 과정을 거친 한.미 고위당국자들이 잇따라 북.미 추가대화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먼저 운을 뗐다. 그는 26일 방한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하는 길에 "추가 북미 양자대화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즉각적인 6자회담 과정의 재개로 이어진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6자회담의 맥락 안에서 양자대화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6자회담의 즉각 재개'라는 단서가 붙은 원칙론적 언급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최근 미국의 공식적 발언흐름으로 볼 때 크게 진일보된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국무부는 이달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미 가능성이 보도된 이후 "현시점에서(At this point) 계획이 없다"면서도 "다른 만남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하는 등 애매한 태도를 취해온 탓이다.

이런 가운데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한걸음 더 나아간 언급을 내놨다. 유 장관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장관급 전략대화를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 북미대화가 6자회담과 직접 연결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미 양국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추가 북미대화) 그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논의를 했으며, 미국이 우리뿐만 아니라 일본, 러시아 등 관계 각국과 협의를 거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미 고위당국자들의 이 같은 언급은 북한이 중국의 입을 빌려 북.미 추가대화를 요청한데 대해 한.미의 '정리된 답변'으로 볼 수 있다.

양국의 입장은 한마디로 '조건부 수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북한의 요구대로 추가적인 대화에 응하되, 6자회담 재개로 곧바로 연결되는 `예비수순'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의 방북을 계기로 성사된 북.미간 1대 1 양자대화와 비교하면 그 의미를 축소시키려는 의도가 강해보인다.

이는 북한에게 6자회담 복귀의 일정한 명분을 주되, 북한에게 '양보'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관심은 북.미 추가대화의 시기와 장소, 그리고 누가 대화의 상대로 나서느냐에 모아진다.

외교가에서는 대화의 시점은 회담재개 직전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월말 또는 4월초로 예상되는 6자회담 재개일정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회담재개 직전에 북.미 양자대화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또 장소는 베이징이나 제3국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회담이 직접 열리는 베이징에서 대화를 갖거나 그것도 부담스러울 경우 베이징으로 가는 경유코스 가운데 싱가포르나 쿠알라룸푸르, 제네바 등지에서 만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주목할 변수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방미를 추진해온 점이다. 김 부상이 당초 뉴욕 전미외교정책협의회를 통해 추진했던 다음달 3일 방미는 미국측의 불허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북.미 추가대화에 응하기로 방향을 잡을 경우 '김계관 방미카드'가 다시 살아날 개연성이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미국 본토(本土)에서 북.미 대화가 성사될 경우 관심이 증폭되면서 기대치를 높이는 것을 미국측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북한외교의 실세로 작년 12월 보즈워스 대표와 북.미대화를 가졌던 북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직접 방미하는 방안을 북한측이 희망했으나, 미국이 일축했다는 후문도 돌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27일 "북미 추가 회담에 대한 미국내 기류를 매우 부정적이며, 6자회담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당분간 미국은 이란 핵문제에 주력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제재와 대화 유도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요구에 부응해 북.미 추가대화가 추진될 경우 그 세부일정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관련국과의 협의절차와 중국의 추가 중재과정을 거치며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