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도 보톡스 시술 가능’ 판결
의협 ‘비판’ 치의협 ‘맞대응’
한의협 “내친김에 의료법 고치자”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대법원이 ‘치과의사도 미용 목적의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곤혹스런 상황에 빠졌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관련 성명을 발표한 이후 아직 뚜렷한 대응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진료범위를 지키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워 의협을 비판하는 의사들의 의견이 빗발치고 있으며 “추무진 회장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21일 환자에게 보톡스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 의사 정모(48)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의료 행위 개념은 의료 기술 발전과 수요자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치과 의사의 보톡스 시술이 일반 의사보다 생명·신체에 더 큰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판결이 나오자 의협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의 면허 범위가 분명하고 관련 교육 및 수련의 정도, 전문지식 및 경험에 있어서의 차이가 명확한데 이번 판결로 인해 의료면허의 경계를 사법적극주의로 허물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의 판결 취지대로 한다면,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치과의사 그리고 한의사의 면허 범위가 무의미해지는 상황으로 귀결돼 앞으로 국내 면허제도의 구분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판결로 가장 큰 수혜를 보게 된 치과의사협회(치의협)는 치아 임플란트 등 진료영역을 지키기 위해 관련 학회들과 공조 관계를 유지하면서 의협에 맞대응할 예정이다.

최남섭 치과의사협회장은 “치과 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상설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의사협회(한의협)는 “국내 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법을 더욱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치의협을 옹호했다.

한의협은 지난 25일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을 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현행 의료법을 시대에 맞게 고쳐 한의사, 의사들의 역할을 재정립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현행 의료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의료행위가 많아 한의사와 의사, 치과의사 등 의료인 간의 업무영역을 둘러싼 이해다툼이 잦아져 이를 해결할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은 “현행 의료법은 시대 변화에 따라 변하는 사회적 합의에 뒤처지는 측면이 있다”며 “의료인들이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하도록 요구한 의협 입장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들 간 영역 다툼이 일어나자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의료인 단체가 진료범위에 대한 다툼을 계속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게 의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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