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연합뉴스) 25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m 예선에서 성시백이 독주하고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거듭된 불운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내내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던 성시백이 아쉬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시백은 27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41초34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숱한 좌절과 불운 끝에 따낸 소중한 메달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계속된 불운에 마음 한구석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기도 했다.

올림픽 무대를 밟기까지는 늘 다른 선수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부푼 가슴을 안고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는 거듭 불운을 겪어 마음고생을 했다.

성시백은 지난 2002년 3월 치러진 제16회 전국 학생종별종합쇼트트랙선수권대회 1,000m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국내 쇼트트랙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처음 알렸다.

마침 한국 쇼트트랙의 에이스 김동성이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우승하고도 판정 시비에 말리면서 아쉽게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게 금메달을 내주는 아픔을 겪었던 해였다.

김동성의 아쉬움을 지켜보며 올림픽 금메달을 꿈꾼 성시백은 그해 12월 전국남녀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종합 3위를 달성하며 마침내 주니어 대표선수 유니폼을 입었다.

이듬해 1월 헝가리에서 열린 2003 세계 주니어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서 처음 출전, 종합 3위에 오른 성시백은 이후 주목받는 쇼트트랙 유망주로 국내 대회를 휩쓸었다.

2004-200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에서는 계주 금메달을 합작하며 본격적인 대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성적은 들쭉날쭉했고 성시백의 선수 생활은 주기적으로 희비가 교차했다.

성시백은 1년 만에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05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의 아픔을 맛보고 말았다.

2006년 4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안현수(한국체대), 이호석(경희대) 등을 제치고 남자부 종합 1위에 올라 대표선발전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그해 9월 창춘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는 6위에 그쳐 대표팀 유니폼을 다시 반납했다.

와신상담한 성시백은 아시안게임 대신 2007년 토리노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나서 '한풀이 질주'로 토리노를 후끈하게 달궜다.

성시백은 500m와 1,000m, 1,500m, 3,000m 슈퍼파이널, 5,000m 계주까지 모든 종목 금메달의 신화를 일궈냈다. 성시백의 금메달 질주 덕분에 한국은 국제대회 사상 첫 종합 1위 달성의 기쁨도 맛봤다.

이후 성숙한 기량으로 국내 무대와 국제무대를 섭렵한 성시백은 지난해 4월 제24회 전국남녀 종합 쇼트트랙 선수권대회 겸 2009-2010 대표선수 선발전에서 당당히 남자부 종합 1위를 차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표선수로 선발되면서 4년 전 놓쳤던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냈다.

어렵게 밟은 동계올림픽 무대. 성시백은 머리카락까지 짧게 깎고 전의를 불태웠다. "큰 대회를 앞두고 마음을 비우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으로 얼음판에 오른 성시백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서 계속 불운을 겪었다.

지난 14일 남자 1,500m 결승 레이스에서 결승선을 불과 10여m 앞두고 마지막 코너를 돌다 대표팀 동료 이호석(24.고양시청)에 밀려 미끄러져 다 잡은 메달을 놓쳤고, 21일 1,000m에서도 준결승에서 불과 0.006초 뒤져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B파이널에 나선 성시백은 중국의 한지아량에 앞서 골인했지만 어깨싸움이 지적돼 실격당하기까지 했다.

거듭된 불운에 남몰래 눈물을 훔친 지 6일. 성시백은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성시백은 준비한 만큼의 실력을 보여줬다. 성시백은 마지막 코너를 돌 때까지도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끝내 금메달은 성시백을 외면했다. 마지막 순간 미끄러진 성시백은 3위로 결승선을 지났다.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실격당하면서 2위로 올라서긴 했지만, 1992년 채지훈에 이어 18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었던 성시백으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성시백은 5,000m 계주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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