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당시 미얀마에 학교 세워 학생들 교육

[뉴스천지=박혜옥 기자] 최근 아이티 참사에 많은 구호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허나 전문가들은 아이티가 복원되기까지 족히 10~20년이 걸린다고 한다. 참사를 당한 그들에게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도움 또한 절실하다. 

▲ 염영섭 신부가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그러나 그 전에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자립하려고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즉, 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고 도움을 주는 한편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이가 있다.
그를 보면 하느님께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어려서부터 준비시킨 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구제사업 분야에 있어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는 심성을 가졌다.

바로 예수회 소속 ‘기쁨나눔’ 이사 염영섭 신부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에 발족한 ‘기쁨나눔’ 이사로서 올 한 해 추진할 나눔의 사업과 계획 등으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염 신부는 2005년 미얀마에 학교를 세워 가난한 학생들에게 영어와 컴퓨터 등을 교육하고, 선생님을 양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2008년까지 4년을 미얀마에서 활동한 염 신부는 후진국일수록 교육의 중요성, 의식개혁, 자기의 뜻을 펼치게 하는 것이 ‘교육의 희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얀마에 있을 당시 한국의 1960년대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그곳 사람들에게 교육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고 한다. 특히,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활동이 교육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그는 소위 ‘정거장 시스템(flatom system)’으로 구제 사업을 해왔다. 플랫폼, 즉 최소한의 돈으로 별다른 제약 없이 누구나 오고 갈 수 있도록 구제 사업을 추진해왔다.

염 신부는 작년까지 서강대에서 경영학을 가르쳤지만, 지금은 자나깨나 구제 사업에 정신이 없다고 한다. 또한 자주 미얀마에 가서 구체적인 상황을 알고 정든 아이들을 돌아본다고 한다. 작년에는 미얀마 학생들을 미국으로 유학시켰고, 앞으로 그들이 자국으로 돌아와 교육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가 이렇게 나눔과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가정환경이 한몫했다. 그의 할아버지가 외국인 선교사의 매니저로 동역해서 염 신부는 어린 시절부터 구제 활동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현장에서 갖춘 경험과 지식이 바탕이 된 염 신부이기에 선교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는 “무조건적인 선교는 안 된다. 겉으로만 꾸며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럼 그가 평소 가지고 있는 선교에 대한 생각은 무엇일까. 그는 먼저 선교란 서로 간에 동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마음이 통하고 가까워지고 존중하고 동화된 후 선교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작정 선교부터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서로 협력하고 신뢰가 쌓인 후에 선교가 들어가도 들어가야지 처음부터 상대방을 전도하려고 하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염 신부는 “친구가 되고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때 내 삶을 나눌 수 있는 것”이라며 “한국 사람의 위상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선교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 선교”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NGO 단체나 구제단체들이 앞으로 가져야 할 것에 대해 묻자, 그는 “오픈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단체들 간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얘기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분담하고 못하는 것은 도와달라고 하면서 체계적인 구제 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 신부는 이를 위해서는 “‘교파다, 종단이다’ 이런 틀을 넘어 하나가 되어야 한다”며 “NGO는 종교와 이념을 넘어 화해와 교류의 장을 넓혀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비록 현장에 나가 봉사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지구촌 곳곳의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며 “바로 그런 사람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그런 사람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사랑으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절규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같은 인간으로 연민을 갖게 되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 봉사의 첫 걸음이자 염 신부가 가진 또 하나의 사명이라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고 하니, 그는 “그저 나눈 것뿐”이라고 말한다.

염영섭 신부가 추구해 온 나눔의 정신이 우리 삶에 들어와 하루 속히 사랑으로 따뜻해지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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