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윤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

3·1운동 91주년을 맞는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올해는 일본의 대한제국 강제병합 100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 선열들은 일찍이 이러한 미증유의 국망사태를 ‘경술국치(庚戌國恥)’라고 표현하며 국권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하였다.

또한 올해 3월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 되는 달이기도 하다. 때문에 올해 3·1절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3·1운동의 배경과 전개과정, 그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오늘날 우리의 자세와 태도를 성찰하는 계기를 삼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3·1운동은 한국근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 역사적 사건이었다. 1919년 3월부터 4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남녀노소, 신분과 계급, 지역과 종교를 구별하지 않고 참여하여 자유와 독립을 목표로 일치단결하여 거족적으로 일어난 독립운동이었다. 때문에 3·1운동은 우리 겨레의 통합과 단결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3·1운동은 우리 민족만의 사건에 그치지 않고 전세계에 파급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고, 세계 반식민주의 투쟁의 선봉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3·1운동 당시 전국에 널리 배포되었던 독립선언서에서 침략국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나 원색적 비난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 민족의 독립을 쟁취하고자 하는 적극적 투쟁의 측면이 약하다는 비판, 나아가 일본 군국주의의 본질을 간과한 패배주의적 인식을 담고 있다고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소위 ‘무단통치’ 정책에 의한 10여 년간의 어두운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상황에서 비폭력과 평화, 정의, 인도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인류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된다.
독립선언문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미래에도 충분히 음미, 반추되고 보편적 가치를 갖는 이상적 고전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인류공통의 이상과 세계평화, 정의와 인도, 평등을 표방한 보편적이며 항구적 가치를 갖는 명문장으로 길이 기억되며 재평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이를 3·1운동의 핵심적 가치를 나타내는 ‘3·1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본다. 3·1정신은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 한마디로 포용적이며 보편타당한 인류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독도문제로 알 수 있듯이 주변국가 정부나 국민, 특정 세력과의 역사인식의 차이나 역사갈등, 영토분쟁 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냉철한 이성을 바탕으로 한 장기적이면서도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의 역사갈등이나 영토분쟁 문제의 해결은 특정 고위 관료나 정치인, 특정 전문가나 연구자들의 몫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우리 역사와 문화, 국토, 우리 자신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냉철한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대다수의 국민과 학생, 네티즌의 몫이 더 클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인 자신의 관심과 의지가 필수적이지만, 여러 이웃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최근 한·중·일 3국 국민의 교류와 경제교역은 근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중)·일 국민 사이에서 단순한 ‘내셔널리즘’의 호소는 이제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개최된 일본 시마네현 주최의 ‘죽도의 날’ 행사에는 약 500여 명의 지역주민과 자민당 의원, 관계자들이 참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같은 날 시마네현내 일부 양심적 단체들이 ‘조선·한국·일본에서 세계에 평화를’이란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어 위 행사에 대한 반집회적 성격을 표명했다고 한다. 더구나 시마네현의 현민대상 여론조사에서 이른바 ‘죽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작년보다 오히려 8.1%가 감소한 60.4%로 나타나 과거 대비 최저 기록을 나타냈다. 이는 적지 않은 일본인들이 민감한 영토문제인 독도(일본에서는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측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위상은 100년 전, 5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대회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과 나란히, 아니 훨씬 우수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상을 보라!

3·1운동에서 우리 조상들이 보였던 거족적 단결과 희생정신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주고 있다. ‘국치 100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모든 사태의 결말을 남의 탓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여기고 진지하게 반성하며 성찰하는 자세를 보이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100년 전 망국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다시는 그러한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각과 반성을 통해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며, 보다 높고 고결한 인류의 보편타당한 이상과 도덕의 실천을 향해 매진해야 할 것이다. 민족과 국가의 독립은 몰론 세계인류의 평화와 정의·인도·자유·평등을 향해 앞장섰던 우리 선열들의 3·1정신을 바탕으로 힘찬 비상의 나래를 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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