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병하 대검 감찰본부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관련 부장검사 폭언 등 비위 사건 감찰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27일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남부지검 소속 김홍영 검사 사건과 관련해 김 검사의 상급자인 김모 부장검사에 대한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했다. (출처: 뉴시스)

김모 부장검사 2년 5개월간
17차례 폭언·폭행 사실 확인

유족, 형사처벌 위해 고소검토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대검찰청이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33) 서울남부지검 검사에게 폭언·폭행한 의혹이 제기된 상급자 김모 부장검사(48)에 대한 해임을 법무부에 청구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정병하 검사장)는 26일 감찰위원회를 열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김 부장검사의 해임 청구를 권고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감찰위원회 권고에 따라 김 총장은 법무부에 김 부장검사의 해임을 청구했다. 법무부는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임 여부를 결정한다. 해임은 검찰징계법상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부하직원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 등을 이유로 해임이 청구된 건 김 부장검사가 처음이다.

앞서 5월 19일 김 검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남부지검은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후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일 대검 감찰본부가 김 부장검사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가 서울남부지검과 법무부에서 근무한 2년 5개월 전 기간을 감찰 대상에 올려놓고 조사를 벌였다.

대검은 김 부장검사와 김 검사의 컴퓨터 기록, 김 검사의 청사 출입 및 내부전산망 접속 내역, 휴대전화 통화, 김 검사의 1년 6개월 분량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내용 등을 정밀분석했다. 유족과 김 검사의 대학동기, 서울남부지검과 법무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공익 법무관 등에 대한 방문 또는 소환조사도 진행했다.

▲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남부지검 김홍영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인 41기 동기회(회장 양재규)가 5일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집단성명을 내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이를 전달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BD

감찰위원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 부장은 김 검사를 비롯해 후배 검사나 공익법무관 등에게 17차례에 걸쳐 폭언과 폭행을 했다. 구체적인 비위 행위는 서울남부지검 10건, 법무부 7건으로 파악됐다.

김 부장검사는 장기미제 사건을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 검사에게 폭언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인격 모독적인 언행을 했다. 회식 등 술자리에서 김 검사를 질책하다 술에 취해 손바닥으로 김 검사의 등을 때리는 등 괴롭힌 행위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외에도 김 부장검사는 법무부 근무 당시 중요하지 않은 사항을 보고했다는 이유로 법무관들에게 욕설하거나 인격 모독적인 폭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발생을 보고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위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보고서를 구겨 바닥에 던지기도 했다.

감찰위원회는 김 부장검사가 소속 검사와 공익법무관, 직원 등을 지도·감독하는 과정에서 폭언이나 모욕 등 인격 모독적 언행을 일삼은 점, 피해자들이 몹시 괴로워했던 점 등을 고려해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논의 결과 감찰위원회는 김 부장검사의 품성이나 행위로는 더 이상 검사로서의 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해임 청구를 권고했다. 다만 김 부장검사의 폭언이나 폭행의 수위가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봤다. 더불어 감찰위원회는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에게는 지휘 책임을 물어 검찰총장 경고 조치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향후 검사징계위원회를 열고 김 부장 해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징계위원회에 참석해 김 부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요청할 방침이다.

정병하 감찰본부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를 계기로 검찰 내에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고인의 죽음과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길”이라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검찰 내부 문제에 대해 겸허히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대검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받아든 유족 측은 김 부장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며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41기) 동기회는 유족과 상의해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양재규 변호사(사법연수원 41기 자치회장)는 “유족을 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19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 검사의 유서에는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김 검사가 친구들에게 ‘술에 취해 때린다’ ‘부장의 술 시중으로 힘들다’ ‘죽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상사인 김모 부장검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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