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정유미. (제공: NEW)

수안이 옆에서 볼 수 있어 설레고 좋아
무슨 생각하는지 물어보며 연기하기도
마동석 선배 덕분에 부부호흡 잘 맞춰
특수성 가진 영화인데도 정서 담아

부산행 나에게 남달라… 데뷔하는 기분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 영화 통해 고민
의미 있는 작품 출연만으로 고마워
좋은 이야기를 만났으면 좋겠어요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어느 매체, 누구 기자입니다’라고 형식적인 인사를 건넨다. 이때 대부분의 배우는 내가 준 명함을 자세히 보지 않고 다른 기자의 명함을 받기 바쁘다. 빨리 인터뷰를 소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름이 많이 알려진 유명배우들이 더 그렇다. 이 같은 인터뷰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재미가 없다. 형식적으로 질문을 주고 답을 받는다. 인터뷰가 끝나면 그냥 ‘안녕’ 즉, 끝이다. 남는 게 없어 마음이 헛헛하다.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 관련 인터뷰를 목적으로 만난 배우 정유미는 달랐다. 명함을 받은 뒤 얼굴을 보고 방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정유미의 테이블 앞에는 립밤과 핸드크림이 놓여 있다. 소소하고 귀여운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도회적인 이미지로 차가울 것이라는 편견이 깨졌다. 인터뷰 전 노트북으로 ‘영화배우 정유미’를 검색했고 그 창을 그대로 띄어놓은 채 인터뷰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자 정유미가 “어? 나다! 저예요”라며 물으며 부끄러워했다.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인터뷰가 시작됐다.

“항상 일을 너무 하고 싶어요. 그런 와중에 ‘부산행’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재미있었어요. 읽다 보니 감독님이 궁금해서 만났는데 ‘이 감독님과 영화 찍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또 아역배우로 수안이가 나온다고 해서 정말 좋았어요. 수안이는 전부터 제가 되게 좋아하던 배우거든요. 만약 이 작품을 수안이와 함께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거 같은 거예요(웃음).”

영화 ‘부산행’에서 만삭의 몸으로 위험한 사람을 도와주는 성경 역으로 열연한 정유미는 아역배우 김수안의 팬을 자처했다. 김수안의 출연작을 모두 봤다는 그는 “수안이처럼 연기하고 싶다. 좋아하는 배우를 옆에서 볼 수 있어서 너무 설레고 매일매일 좋았다”며 “아이의 생각을 따라 하고 싶어서 ‘무슨 생각해’라고 물었다. 그러자 수안이는 ‘무(無)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다가 ‘슛’ 들어가면 뛰고 그랬다”고 말하며 웃었다.

▲ 배우 정유미. (제공: NEW)

그동안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에릭, 유아인, 이선균, 이진욱 등 배우들과 완벽한 케미를 보여줬던 정유미는 이번에 배우 마동석과 부부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안 어울릴 수도 있는 조합이지만 둘은 부부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다.

이에 정유미는 “지금 저희가 계속 주입하고 있는 거다. 제가 느끼기에도 달라진 게 있는 것 같다. 처음엔 다들 ‘둘이 어울려?’라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한다”며 “마동석 선배님과 부부로 호흡 맞춘다고 했을 때 ‘어떻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사실 영화에서 부부로 호흡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는데도 좋아해 주시는 것은 마동석 선배님 덕분”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감성, 이성 누구나 있지만 현장에서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배우가 잘하고 있지만 저는 어렵다. 그런데도 마동석 선배님은 그걸 잘 넘나드시더라. 영화가 좀비 영화고 특수성이 있다 보니 딱 해야 할 것들이 있는 와중에 정서를 나누는 부분이 있다. 쉽지 않은데 선배님 덕분에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가 힘들 때가 있어요.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하고 싶다가도 도망가고 싶고. 늘 좋긴 했지만 다 좋진 않았겠죠. 저도 사람인지라 감당이 안 되기도 하고 겉보기엔 좋아 보여도 도망가고 싶었을 때가 있었어요. 이번 부산행을 찍으면서 ‘내가 해내고 있구나’라고 생각됐어요. 설렜고 잘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 배우 정유미. (제공: NEW)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연기 경력이 12년이지만 그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 정유미는 “‘부산행’은 저한테 의미가 남다르다. 데뷔하는 기분도 들고… 이제 진짜 알 것 같다”며 “흥행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 많은 배우 중에 나라는 작은 사람이 어떤 배우가 돼야 할까’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계기가 된 영화”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자신만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배우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다. 그는 하얀 스케치북 같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정유미만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정유미는 “연기 변신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배우와 감독님에 따라 다르다”며 “변신을 안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 변신했다고 하기엔 부족하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 단역으로 잠깐 나오더라도 의미 있는 작품 한 켠에 있을 수 있다면 그것도 고마울 것 같아요.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좋겠죠. 이야기가 좋아야 작품이 돋보이는 거니까 저만 돋보이는 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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