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체육계 비정상에 대한 대책 토론이 있던 지난 21일 오후,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졌다. NC 다이노스 이태양과 국군체육부대 소속인 문우람(전 넥센 히어로즈)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는 창원지방검찰청의 발표가 토론회 직전 있었다. 한국체육학회 특별 프로젝트로 ‘체육계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 추진 3년 성과와 향후 전략 토론회’ 발제자를 맡았던 필자는 이날 때마침 터진 승부조작 사건을 소개하는 것으로 첫 시작 멘트를 했다. 승부조작이 얼마나 만연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는 ‘빙상의 일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를 맡았던 필자를 비롯한 발제자와 참석한 대학교 체육 교수들 대부분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은 승부조작 사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한데 또 3일 만에 다른 프로야구 승부조작 사건이 이어졌다. KBO는 24일 “KIA 타이거즈 유창식이 23일 구단 관계자와 면담 과정에서 국민체육진흥법을 위반한 사실을 진술했고, KIA 구단이 이를 KBO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진 승부조작 사건은 스포츠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프로야구판은 충격적인 승부조작 파문으로 갈팡지팡하는 모양이다.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라고 자부를 해왔던 프로야구가 한참 잘못됐다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KBO는 지난 4년 전인 2012년 처음으로 승부조작 홍역을 앓았다.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브로커의 제의를 받고 ‘첫 이닝 볼넷’을 몰래 실행, 건당 500만∼700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박현준과 김성현은 리그에서 퇴출당했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00만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후 한동안 조용해 승부조작의 굴레에서 벗어난 듯 했으나 이번 사건으로 프로야구가 승부조작의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게 했다.

프로야구 승부조작은 얼마나 뿌리 깊은가? 승부조작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은 선수 모두를 희생양으로 만들 수 있는 승부조작에 대해 깊이 성찰할 때라고 생각한다.

일부서는 지난 2012년부터 2016년 사이에 프로야구 승부조작이 더욱 광범위하게 퍼졌을 지도 모른다는 반응이다. 검찰이 발표한 이태양, 문우람 승부조작 사건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수법이 교묘하고 다양해져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대한 윤리와 도덕의식이 크게 해이해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게 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브로커가 아닌 선수(문우람)가 조작을 먼저 제안했다는 점에서 종전의 승부조작 사건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줘 충격적이다. 검찰은 문우람이 승부조작을 제안했으며, 조작의 대가로 1천만원 상당의 고급시계와 명품의류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문우람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지만 일단 이러한 사건에 연루된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KBO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손잡고 프로야구 공정센터를 운영하고, ‘암행 관찰관’을 만드는 등 승부조작 근절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번 승부조작 사건은 이러한 대책이 별반 효과가 없었음을 보여주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스포츠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승부조작을 비롯한 ‘4대악’ 추방을 목표로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력한 정책을 펼쳤음에 불구하고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경제분야 성장에 못지않게 지난 수십년간 초고속 성장을 이루어내며 스포츠 강국으로 올라섰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두운 그늘도 많이 남겼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과도한 성과주의로 특정 엘리트 선수 양성을 지향했던 스포츠 정책은 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들을 검은 유혹에 내몰리게 했다. 승부조작, 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등 이른바 ‘4대악’을 비롯해 여러 비정상적인 행위가 많이 발생해 스포츠 선진국과는 뒤떨어진 후진국의 폐해가 이어졌다. 그동안 체육당국은 비정상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 위주의 대책으로 임했지만 전근대적인 부정행위들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다. 불법 도박, 승부 조작 등 주변의 유혹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스포츠 공정성에 대한 가치와 윤리를 실천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과 함께 철저한 처벌을 위주로 한 ‘선진 클린 스포츠 시스템’이 도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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