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한국기업관리대학 학장

 

일본 기업에는 장수기업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창업 100년 이상인 기업이 무려 5만 2천여개에 달하는가 하면, 1000년 이상 된 기업도 8개가 있다고 한다. 기업이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장수 기업에는 제조업이 많은데, 기술을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장수기업의 아이콘에는 ‘노포(老鋪)’가 있다. 노포란 조상 대대로 전승되는 점포를 일컫는 말이다. 대표적인 노포로는 곤고구미(金剛組), 센순엔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곤고구미’는 건설회사로 서기 578년에 창업했다. 현장 중심의 경영을 실천하기로 유명하다.

이들 노포는 도쿄, 오사카, 교토, 나고야 등지에 분포돼 있는데, 현장 중심의 경영, 인내심, 독특한 노하우, 근검·절약, 투철한 장인정신, 변화에 능한 처세술을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다. 목표를 보면, 도쿄 긴자 상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를 지향하지만, 오사카 상인은 이익을 취하기보다는 사람을 중시한다. 많은 기업이 장수기업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는 이와 같은 나름대로의 비결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년 이상 된 기업은 7개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장수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명문장수기업의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약 10년, 대기업이 30년의 기업 평균 수명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에 비해 장수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짧은 기간 내에 이익 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초 기술이나 지식을 쌓지 않고 완제품을 만들어 내는 이치와 같다.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가 초등학교 과정을 졸업하려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과정을 공부해야 한다. 기초적 토대 없이 고층 건물을 지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듯 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탑을 쌓는 것처럼 공을 들여야 한다.

기업의 성패는 창업주에서 3대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들 한다. ‘색처반통(塞處反通)’이라는 말이 있다.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한다’라는 뜻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선택과 변화의 대변혁기에 기업이 성장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내외적 다양한 요인 때문에 때로는 구심점을 잃어버리고 분열과 혼란의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이러한 때 정작 중요한 대안은 무엇인가? 변화를 감지하여 대비하는 것은 물론, 겸손의 자세를 가지고 끊임없는 노력하는 열정이 필요하다.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는 말이 있다. 수행의 경지가 높을수록 그에 따른 수많은 잘못된 행동이 많이 발생될 수 있다는 뜻이다. 키가 큰 나무는 작은 나무에 비해 태풍이 불 때 더 쉽게 부러지거나 쓰러질 수 있다. 그래서 기업이 창성하려면 반드시 겸손한 마음을 갖고 중심을 잡아서 경영해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 경쟁력 강화는 꾸준한 질주, 그리고 온갖 내외적 압력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에 달려있다. 일본의 장수기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교훈은 위기와 혼란을 극복하는 지혜는 물론, 기업의 성장가도를 구축해 나가는 데 필요한 청사진을 제시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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