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

 

경기가 어려워지고 살림살이가 빠듯해 지면서 보험계약을 중도에 해약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의 해지환급금이 18조원 이상 늘어났다. 해지환급금이 18조원을 넘어선 것은 해지환급금 통계를 집계한(2002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해지환급금은 만기가 되기 전 고객이 자진해서 계약을 깨고 찾아간 돈인데, 가계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보험을 해약하는 이유는 대개 급전이 필요하거나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금전적 손해를 보게 돼 억울한 생각이 든다. 이럴 때 손해를 덜 보는 방법은 고이율 적용상품이나 재가입이 불가한 보험은 절대 해약하지 말고 투자형보험·저축성보험을 먼저 해약한 후 보장성보험을 마지막에 하는 것이다.

첫째, 오래전에 가입한 보험은 해약하지 말아야 한다. 예정이율이 높아서 현재 판매 중인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매우 저렴하고 지속적인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험사(설계사)가 이차(利差) 역마진을 해소하기 위해 현행 상품으로 갈아타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응해서는 안 된다. 갈아탈 경우 보험료가 크게 인상되기 때문이다.

둘째, 가입 후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직업이 바뀐 경우에도 해약하지 말아야 한다. 보험가입 후 입원, 수술 등 병력사항이 있으면 재가입이 어렵고, 위험한 직업이나 직종으로 변경된 경우 보험사가 가입을 거절하거나 보장내용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보험사가 해약을 권유하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상품은 해약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 가입한 확정이율형 보험이 대표적이다. 현재 판매 중인 상품들은 공시이율형 또는 실적배당형으로 보험금이 변동되는데, 보험사는 확정이율형을 해약하고 현재 판매상품으로 갈아타라고 종종 권유한다.

넷째, 유배당보험과 암보험도 해약하지 말아야 한다. 유배당 보험은 보험사가 이익이 발생했을 때 이익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보험인데, 지금은 찾기 힘들다. 보험사들이 현재는 무배당보험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암보험도 해약 후 새로 가입할 경우 보험사가 승낙할지 불투명하고 보험료도 비싸다. 과거보다 보장범위가 축소된 경우가 많고 3개월간 보장이 단절된다.

다섯째, 불가피하게 보험을 해약하게 될 경우 투자형>저축성>연금·종신>보장성 보험 순서로 하는 것이 좋다. 지금처럼 저금리, 경기침체기에는 투자형 보험이나 저축성 보험은 원금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금리가 낮아서 가입 시 예상했던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수령하게 되므로 메리트가 적어 우선 해약하는 게 유리하다.

반면에 사망하거나 암에 걸릴 경우 가정경제에 파탄이 올 수 있다. 종신보험, 암보험, 실손의료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은 가정을 지키는 파수꾼이므로 해약하지 말고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 또한 세제 혜택 개인연금저축이나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되는 연금보험도 해약을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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