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열린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김연아가 만점연기 후 울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사상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 견제․부담감 이겨낸 진정한 승리

[뉴스천지=김현진 기자]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며 세계 피겨 역사까지 다시 쓴 김연아(20, 고려대)가 최초 그랜드슬램 달성과 함께 명실상부한 피겨여왕의 전설로 등극했다.

김연아는 24일(한국시간) 밴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는 78.50을 기록하며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어 26일 프리스케이팅 경기마저 첫 150점대를 돌파한 150.06점과 합계 228.56으로 세계신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며 김연아의 기록으로 도배했다.

이로써 김연아는 아무도 세우지 못한 기념비적인 피겨 사상 첫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그랜드슬램은 세계선수권대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대회, 올림픽 석권을 말한다.

김연아는 지난해에만 미국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와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 3개의 그랑프리 및 그랑프리 파이널대회까지 모두 우승을 거둔 데 이어 올림픽 석권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연속적으로 우승을 거두며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진정한 전설이 됐다.

아사다 마오 역시 올림픽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미 우승을 해 놓은 상태라 그랜드슬램을 놓고 김연아와 경쟁을 펼쳤지만 김연아의 벽에 막혀 205.50을 기록하고도 은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다.

지난 1995-96시즌부터 그랑프리 파이널이 시작된 이후 그동안 미셀 콴, 타라 리핀스키, 사샤 코헨(이상 미국) 등을 비롯해 이리나 슬러츠카야(러시아), 타티아나 마리니나(우크라이나) 등 여러 명의 정상의 선수들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연아가 가장 존경하는 전설적인 미셀 콴 조차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5차례 우승이나 했지만, 나가노 올림픽에서 은메달, 또 자국에서 열린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동메달에 머물면서 달성하지 못하고 은퇴했다. 러시아의 슬러츠카야도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서 사라 휴즈(미국)에 금메달을 내주고 은메달에 그치면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아는 이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해낸 것이다. 아울러 김연아는 1980년대 남자 피겨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오서 코치가 이루지 못한 올림픽의 한(恨)까지 제자로서 대신 풀어줬다.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트리플 악셀 점프를 성공시켜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오서 코치도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제자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냄으로써 스승의 한을 대신 풀어줬다. 김연아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릴 때 오서 코치 역시 뒤에서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뻐했다.

김연아는 모든 국민의 기대로 인해 생겼을 법한 부담감을 버리고 경기에 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또 미라이 나가수의 자극적인 말과 글레보바의 훈련 방해에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이는 김연아에게 매번 석연치 않은 판정을 줬던 마리암 심판도 어쩌지 못하게 만드는 등 스스로 악재를 모두 극복한 최고의 연기였다.

또 김연아의 금메달로 한국은 밴쿠버 대회에서 유일하게 빙상 전 종목서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가 됐다. 김연아가 세운 쇼트, 프리, 합계 점수의 세계신기록 또한 다시는 달성하기 힘든 기록이므로 김연아의 이름은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보인다.

김연아의 나이는 이제 막 20세를 넘겼다. 앞으로 10년간은 정상의 위치에서 피겨 역사를 계속 써내려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