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농축산연합회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과잉규제 철폐촉구 농축 수산인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합헌 결정나면 오는 9월 28일 시행
권익위 “일부 위헌나도 시행에 문제없다”

[천지일보=이지수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합헌여부를 오는 28일 결정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언론인과 사립학교원 등이 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의 개념과 유형이 모호한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3·5·10만원 규정이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지 ▲언론인·사립교원을 적용 대상에 넣은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특히 김영란법은 애초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막기 위해 입법됐으나 논의 과정에서 언론과 교육 영역이 포함돼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법이 민간 영역을 과도하게 제한하는지 여부가 핵심인 셈이다.

금융계나 법조계, 시민단체처럼 공공성이 강한 다른 직업군을 제외하고 언론사만 적용 대상으로 한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기자협회, 인터넷 언론사, 사립학교 관계자 등은 지난해 3월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들은 “언론인과 사립학교원을 포함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을 제정한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언론과 교육은 자체 정화를 기대하기 어렵고 공공성이 인정되는 분야이므로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입법형성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반론을 펼쳤다.

국민들이 부정청탁의 개념을 명확히 알 수 없고 부정청탁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사회상규의 개념도 불명확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위반율이 높은 사안을 중심으로 부정청탁의 유형을 14가지로 세분화해 모호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인지한 경우 신고하도록 한 조항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익위는 부정부패 근절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의 상한선을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을 통해 규정한 부분도 쟁점이다. 상한액은 과태료 부과대상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므로 시행령이 아니라 법률을 통해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축산업계도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매출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할 것이라며 법 시행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지난 22일 김영란법에 대한 과잉규제 철폐촉구 농축수산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설과 추석에 주로 판매되는 농축산물 선물은 5만원 이상의 매출이 절반을 차지하고 특히 한우선물세트는 90% 이상이 10만원이 넘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농축수산업과 요식업이 6조 5000억원의 피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법이라는 것은 최소 생계권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김영란법은 400만 국민에게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합헌 결정이 나오더라도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상한금액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지난 23일 “특정산업의 피해가 집중되기 때문에 걱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김영란법 시행 후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면 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번 헌재 선고에서 농축산 피해와 경제 위축 가능성 등은 쟁점으로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식사대접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제한한 점도 법이 아닌 시행령이 근거인 만큼 논의에서 빠졌다.

헌재는 지난해 3월 김영란법에 관한 헌법소원 접수 직후 1년 4개월 가까이 집중적인 심리를 벌여왔다. 헌재가 법률을 위헌으로 결정하려면 재판관 9명의 단순 과반수인 5명보다 많은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면 국회의 후속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시행이 미뤄질 수 있다. 그러나 합헌 결정을 내리면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 시행된다. 권익위는 일부 조항에서 위헌이 나더라도 이날 법 시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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