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후(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북-중 양자회담 시작 전 중국 왕이 외교부장(왼쪽)이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맞이하러 문 밖으로 나와 악수를 한 뒤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사드 한반도 배치 계기로 북중 관계 회복 모색 가능성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25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했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배치 문제 등을 지렛대로 양측 관계 회복을 도모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 계기로 라오스를 방문한 리용호 외무상은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 내 회의장에서 왕이 부장과 만나 1시간가량 회담했다. 북한과 중국 외교수장이 ARF를 계기로 회담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신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표단 대변인’으로 소개한 북측 관계자는 이번 회담에 대해 “이번 접촉은 두 나라 사이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두 나라 외무상들이 조중(북한-중국)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토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떤 대화 내용이 오갔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 언론에 공개된 회담 모두발언에서 왕 부장은 지난 7월 제7차 당대회에서 전임 리수용 외무상에 이어 후임으로 취임한 리 외무상에 대해 “중조 관계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중조 관계를 비롯한 공통 관심사 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리 외무상도 “중조 친선을 위해 앞으로 적극 협력하는 외교관계를 맺고 싶다”고 답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북측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중국 측은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계기로 조성된 한중, 미중 관계 악화를 고리로 중국이 북한에 포용적인 제스처를 보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도 사드 배치와 남중국해 문제로 더욱 벌어진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의 틈을 최대한 이용해 대북 제재 공조를 깨는 데 집중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같은 날 이뤄진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 부장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쌍방의 신뢰에 손해를 끼쳤다”며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한국 측이 한중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고 말해 사실상 사드 배치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배치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증대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우리에게는 국가와 국민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서,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가장 큰 희생자는 우리나라와 국민인바,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중 회담으로 라오스에서의 첫 공개 일정을 시작한 리 외무상은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다른 나라들과도 회동을 갖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국면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